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채권단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배임및 사기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상당한 손실을 떠안는게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과 24일 200억원을 주식담보대출 형태로 빌려준 우리투자증권은 웅진그룹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보고 있다.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증권사중에는 우리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볼 전망이다. 금융권별로는 지역 단위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이 웅진홀딩스의 회사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관리 준비하면서 대출받았다”

우리투자증권 등이 웅진그룹에 대해 문제삼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극동건설의 1차 부도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극동건설은 지난 25일 만기가 돌아온 150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않았다.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 1200억원을 조기상환했다. 만기가 돌아온 어음부터 결제하는 게 순리인데도 이를 방치함으로써 채권단및 주주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두번째는 법정관리를 준비하면서 이를 속이고 추가 대출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웅진홀딩스는 우리투자증권으로부터 지난 19일과 24일 200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때는 법정관리를 준비하는 시기였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사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웅진홀딩스 고위관계자는 “PF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부도날 상황이어서 어쩔수 없었으며 주식담보대출은 실무자가 법정관리 진행상황에 대해 잘 모르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고의성이 없는 만큼 배임이나 사기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실과 다른 부분으로 고소하면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고수익 노렸다가 ‘날벼락’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사중 웅진그룹에 대한 여신이 가장 많다. 주식담보대출 300억원과 기업어음(CP) 165억원 등 465억원에 이른다. 그런만큼 증권사중에서는 가장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외의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서민금융회사다. 웅진홀딩스가 발행한 회사채는 6500억원에 이른다. 이중 농협·수협·축협·신협·새마을금고 단위조합 등 ‘기타법인’이 2151억원을 가져갔다. 저축은행을 포함하는 ‘종금/저축’의 순매수 금액은 527억원, 개인은 809억원이다. 증권사 리테일 채권 판매담당자는 “서민금융기관들이 재계 30위권 그룹사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의 회사채를 많이 사들였다”고 말했다.

웅진홀딩스의 회사채가 문제되면서 신용등급 BBB급 기업들의 자본시장 활용에도 제약이 커지게 됐다.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에 놀란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26일 법정관리 신청 직전 웅진홀딩스 신용등급은 투기등급보다 3단계 위인 ‘BBB+’였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팀장은 “그렇지 않아도 국내 BBB급 회사채 시장은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운 기업이 많아 반쪽짜리 시장으로 취급됐는데, 웅진홀딩스가 또 한번 찬 물을 끼얹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호/김은정 기자 thlee@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