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큰 장’이 섰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교수, 전직 관료, 기업인, 전문가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몰려들면서 여의도가 거대한 인재 블랙홀이 됐다. 선대위 조직 꾸리기에 한창인 유력 주자들의 캠프가 그 중심에 있다.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28일 “캠프로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고 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도 “각종 연줄을 동원해 캠프에서 한 자리 맡고 싶다는 의사를 건네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며 “정작 쓸 만한 인재는 많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캠프에 가담하는 직업군은 대학교수다. 각 캠프가 전문적 식견을 빌릴 최고 두뇌집단이 학계라 하더라도 정치성향이 다분한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들의 가담이 어느 때보다도 두드러진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가 가장 두드러진다. 200여명의 전·현직 교수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캠프 핵심에 들어와 있는 교수들만도 9명에 달한다. 정치쇄신특위 위원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김광두 전 서강대교수(힘찬경제추진단장),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편안한삶추진단장), 옥동석 인천대 교수(정부개혁추진단장), 이상돈 중앙대 교수(정치쇄신특위위원) 등이 캠프 요직을 맡아 공약 만들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도 비슷하다. 문 후보의 정책을 짜주는 ‘미래캠프’ 소속 문정인(연세대)·이근(서울대)·김기정(연세대)·고유환(동국대) 교수를 비롯해 문 후보의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 좌장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고철환(서울대)·조대엽(고려대) 교수 등 140여명이 활동 중이다. 자문그룹으로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등도 합류했다.

뒤늦게 조직을 꾸리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에도 다양한 성향의 교수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캠프 내 정책총괄을 맡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실무총괄인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대표주자다. 박기백(서울시립대)·박원암(홍익대)·곽재원(한양대 석좌)·정재승(KAIST)·김흥규(성신여대) 교수 등도 복지·혁신경제·외교안보 포럼을 만들어 안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각 캠프에 합류한 전직 관료들도 적지 않다. 특히 문 후보 캠프에는 관료 출신들이 대규모 자문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노무현·김대중 정부 때 경제·통일·외교 관료를 지낸 인물들이다. 박 후보 캠프에는 관료 출신이 상대적으로 적다.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국방안보추진단장),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외교통일추진단장) 등이다.

안 후보 캠프도 분야별 포럼을 만들어 관료 출신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정병석 전 노동부 차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허란/이현진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