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렬 신임 외국어교육학회장 "환경 불안정한 조기유학은 역효과"
“제자들 중엔 외국에 한 번 가보지 않고도 장기 유학생 이상의 외국어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대부분 어릴 때부터 외국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문법은 좀 어색해도 자신감을 갖고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려는 노력의 결과였어요.”

최근 차기 한국외국어교육학회장으로 뽑힌 김정렬 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53·사진)는 외국어를 잘 구사하는 방법으로 ‘외국어에 대한 많은 노출’과 ‘자신감’을 꼽았다. 충북 청원군에 있는 교원대에서 김 신임 회장을 만났다. 1995년 설립된 한국외국어교육학회는 외국어 교육에 종사하는 교수, 교사, 연구자 등 2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외국어 교육 학술단체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 아랍어 한국어 등이 포함된 종합 외국어 학술 기관으로 성장했다.

“설립 당시 전 세계는 이미 글로벌화 돼 가는데 국내 외국어 교육은 유독 영어만 고집하고 있었어요. 미래 사회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교육 과정이 좀 더 다양화 돼야 한다는 인식이 교육자들 간에 있었고,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면서 학회를 출범시켰죠.”

김 회장은 일반 가정에서 외국어 교육에 효과를 보기 위한 요소로 ‘노출’과 ‘사용’을 꼽았다. 그는 “아이들을 ‘외국어 똑똑이’로 키우려면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책과 오디오북 등을 이용해 외국어에 쉽게 노출된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며 “노출양이 많아질수록 보기와 듣기, 읽기에서 자연스레 쓰기까지 실력이 발전한다”고 조언했다.

때문에 김 회장은 조기유학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외국어 교육이 시작되는 단계에는 감성도 함께 발달하는데 불안정한 환경에선 외국어가 늘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부모가 외국어를 노출시키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과 실제 외국에서의 생활환경은 큰 차이가 있다”며 “미성년자를 단지 영어 때문에 외국에 보내는 행위는 그 아이의 성장을 크게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외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지면 학부모들이 굳이 조기유학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영어 도서관 등 외국어 지원시설에도 국내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지원 격차가 크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향토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주변 학교와 1사1교를 맺어 재능 기부, 재정 기부를 일정 부분 해주면 아이들이 쉽게 외국어에 익숙해지고 사용하려는 자신감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서울대에서 언어학 석사를, 미국 하와이대에서 응용언어학으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땄다. 어릴 때부터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 결국 언어학자의 길을 택한 그는 내년 자신의 꿈이었던 전 세계 언어학자를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은 “내년 9월 숙명여대에서 외국어교육학회 주최로 ‘외국어교육 세계대회’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