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추석이다.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기 위해 모두들 양손에 멋지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는다. 그런데 선물을 근사하게 보이기 위한 포장에도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맛과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비법이 포장에 담겨 있는 것. 이 덕분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포장 안에 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셈이다.

과일 꼭지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과일의 노화를 막아주는 이른바 ‘신선 스티커’다. 보통 과일은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과정에서 에틸렌 가스를 발생시킨다. 에틸렌 가스는 과일의 숙성과 식물 조직의 노화를 촉진하거나 병원균을 빠르게 침투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스티커에는 에틸렌 가스를 흡수하는 흡수제가 들어 있어 과일 꼭지에 붙여놓으면 신선도를 유지시켜준다. 과일 꼭지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과일이 하는 호흡의 90% 이상이 꼭지 부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다. 신선 스티커가 붙은 과일을 상자에서 꺼내 일반 냉장고에 넣어도 한 달간 과일의 신선도와 당도 등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다.

과일 선물 포장에 신선도 유지제인 ‘후레쉬업(fresh up)’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팩을 농산물과 함께 넣고 보관하는 신선도 유지제는 과망간산칼륨 수용액을 규조토에 넣어 굳힌 물질이다. 후레쉬업도 농산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를 빨아들여 소비자가 섭취할 때까지 유통 기간의 신선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명절 선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굴비는 포장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주로 바구니 포장이 많았지만 종이 상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겉보기엔 그냥 일반 포장지처럼 보이지만 이 종이엔 숯 코팅이 돼 있어 항균과 방습, 냄새 제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육류를 포장하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냉장 한우 선물 포장은 가스치환포장(MAP)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가스치환포장은 고기를 포장할 때 포장 내의 공기를 모두 없앤 다음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적정 비율로 섞은 혼합 가스를 주입해 포장하는 방법이다. 이 포장법은 미생물 성장을 억제할 수 있어 반(半) 진공 포장 제품보다 신선도를 사흘 정도 더 오래 유지시켜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