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링 부드럽고 운전 간편해···넉넉한 공간 활용도 장점
후방 카메라 화면 작고 카오디오 고급감 떨어져

국내 시장에 나온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실내 공간은 대부분 좁은 편이다. 뒷좌석 3열까지 성인 5명만 앉아도 공간의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5인 이상 가족이 넉넉하게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차는 없을까.

시에나는 이런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도요타의 7인승 미니밴이다. 차체 길이(4990mm)가 5m 가까워 전장에 3열시트를 제공해 어른 일곱 명이 타도 여유 있다. 1~2열은 2인승, 3열은 3인승 시트를 얹었다. 뒷좌석은 펴고 접을 수 있어 트렁크 공간을 용도에 맞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

지난해 11월 시에나를 첫 시승한데 이어 최근 다시 운전할 기회가 생겼다. 작년에는 주행 성능 위주로 타봤다. 이번엔 실내 공간을 꼼꼼히 살펴봤다.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은 공간 활용도였다. 변속기 위치가 센터페시아 상단 좌측에 있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공간이 많이 남는다. 작은 여행용 가방 하나쯤은 놔둘 수 있다. 세로 30cm, 가로 20cm 크기의 운전석 옆 수납함은 슬라이딩 방식으로 밀고 당길 수 있어 2열시트 탑승객까지 편의를 준다. 센터콘솔 박스는 1.5ℓ 피티병 여러 개를 담아도 될 만큼 컸다.

컵홀더는 1~2열 시트 탑승객 4명이 하나씩 테이크아웃 커피를 놓아둘 수 있도록 센터 콘솔 앞·뒤 4개가 마련돼 있다. 센터페시아 하단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 컵홀더 2개가 추가로 나온다. 그 아래에는 지갑, 휴대폰 등을 놓아둘 수 있는 수납 공간이 더 있다. 실내 곳곳에 탑승객의 소지품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잘 짜여져 있다.

특히 2열은 시트와 시트 사이 넉넉한 공간이 확보됐다. SUV와 차별화한 대목. 이 차가 제공하는 오토만 시트(롱슬라이드 시트)는 장거리 여행에서 유용한 편의 기능이다. 승차감이 뛰어나고 실내 안락함이 강점이다. 한국도요타가 ‘퍼스트 클래스 리무진’이라고 마케팅 슬로건을 내건 이유다.



시에나는 가솔린 차다. 엔진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덩치 큰 미니밴답지 않게 조용하게 달린다. 핸들(스티어링휠)이 부드럽고 가벼워 세단처럼 운전하기 쉽다. 시승한 시에나 3.5는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3.9kg·m의 성능을 낸다. 공인 연비는 9.4km/ℓ.

이 차를 운전해 본 직장인 신 모씨(38)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지 못하고 가솔린 차라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게 아쉽지만 주행 가속감이 좋고 핸들링 반응이 무척 부드러웠다”고 느낌을 전했다.

편의장치는 운전자 중심 구조다. 운전대 왼쪽 ‘Rear Vent(뒷좌석 통풍구)’ 버튼을 조작하면 3열 유리창이 자동으로 열린다. 운전자가 1열 상단에 부착된 파워스위치를 누르면 2열 사이드 도어 역시 자동으로 열린다. 문을 열고 닫을 때 탑승객의 편의를 높였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내비게이션은 없다. 거치형 제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대시보드 정중앙 상단에 각종 차량 정보를 제공하는 3.5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후방 카메라를 지원한다. 하지만 화면 크기가 작아 시인성이 떨어진다 게 흠이다. 값싼 재질로 만들어진 오디오장치도 아쉬웠다.

시에나는 미국 인디애나공장에서 생산된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미국시장 전용 모델이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나온 모델이어서 국내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내비게이션이 옵션으로 제공되진 않는다” 며 “7인승 모델이지만 SUV와 또 다른 넉넉한 실내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시장에선 450여 대가 팔렸다. 한국도요타가 지난해 신차를 내놓을 당시 밝힌 판매 목표치는 연간 600대. 당초 예상만큼 팔리고 있는 셈이다. 트림은 2.7 및 3.5 모델 두 종류로 가격은 4290만~4940만 원.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