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 인수전(戰)에 대한항공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예비 입찰에 참여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유효 경쟁이 성립되면서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KAI 주가 상승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인수 대상자로는 현대중공업이 대한항공보다 나을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28일 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KAI 주주협의회가 전날 보유하고 있는 KAI 지분 41.75%에 대한 2차 공개경쟁 예비 입찰 접수를 마감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 두 곳이 입찰서를 제출했다.

지난 달 말 마감됐던 1차 공개경쟁 입찰은 대한항공만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찰됐지만 이번에는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등 두 곳이 참여해 경쟁구도를 갖추면서 입찰 절차가 진행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가계약법상 국유재산 등을 매각할 때는 두 곳 이상이 참여해 유효 경쟁이 이뤄져야 하며 두 차례 공개 입찰이 모두 무산되면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수 있다.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항공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와 대규모 추가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이 인수후보로 구체화 될 것을 기대해 왔던 만큼 이번 현대중공업의 인수전 참여는 KAI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금융공사는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 양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를 평가해 주주협의회 결의를 거친 후 내주 중 본입찰 적격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다음 달 예비실사를 거쳐 11월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연내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KAI 노동조합이 지난 26일 대한항공의 KAI 인수가 구체화되면 쟁의를 하겠다는 내용의 표결을 찬성 95%로 통과시키는 등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공공연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지만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여에 대해서는 보다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쟁의 활동에 따른 매출 차질 등의 가능성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을 비교하면 현대중공업이 KAI를 인수하는 것이 더 긍정적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한국항공우주를 인수하는 게 더 긍정적"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선박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항공기 자체 설계 및 기술력의 향상이 가능하고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해양 뿐만 아니라 항공 방위사업 확대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한 항공기 수출 수주 확대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차입금 의존도 17.5%)도 긍정적인 포인트로 꼽혔다.

하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등도 과거 조선업이 주력이었으나 고부가가치의 항공산업 비중을 점차 확대시켰다"며 "다만 일본업체들의 항공 부문 영업이익률은 5% 이하로 낮은 수준이나 한국항공우주는 8% 내외의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있어 더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한국항공우주의 주가는 3개월간 18.2% 하락하며 부진했는데 이는 향후 외형성장 및 수익성 개선, 신규수주 모멘텀, 높은 수주잔고 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A 불확실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주가하락 요인이 해소됨에 따라 주가 상승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