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거품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정치테마주의 주된 매매주체는 투기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들이다. 철저한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정치테마주를 잘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주요 정치테마주의 투자주체별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대주주의 주식 처분으로 최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미래산업의 경우 개인들의 투매 물량 대부분을 외국인이 받아갔다.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은 정치테마주에 손대지 않지만 증권사는 활발하게 매매를 하고 있다. 아울러 ‘기타외국인’과 ‘기타법인’으로 분류되는 투자주체들이 정치테마주를 빈번하게 사고파는 것도 특징이다.

검은머리 외국인 기웃? 안랩 등 외국인 매수 집중…해외계좌 활용 작전세력 가능성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미래산업은 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정문술 전 회장의 주식 처분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지난 14일부터 주가가 수직 하강했다. 쏟아지는 개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간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안랩(옛 안철수연구소)도 20~25일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 유입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가들이다. 이들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를 주로 사들였다. 따라서 최근 외국인의 미래산업 집중 매집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검은머리’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를 들어 홍콩의 특정 증권사가 통합 계좌를 개설하면 수십명의 고객이 이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을 사고판다”며 “형식적으로는 매수 주체가 외국인인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해외 통합계좌를 활용하는 국내 작전세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26일 미래산업에 대한 주식 불공정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증권사, 테마株로 '단타' 미래산업 샀다 팔기 반복…우리들제약 등 꾸준히 매수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은 정치테마주를 거의 손대지 않고 있다. 반면 증권사는 정치테마주를 시기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10일 미래산업이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할 때 약 11만주를 매수했다가 이튿날인 11일 역시 상한가로 치솟자 10만주를 처분해 차익을 실현했다. 증권사들은 또 20일부터 나흘 연속 안랩을 순매수했다. 이 밖에 ‘문재인테마주’로 분류되는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도 증권사들은 소량이지만 꾸준히 매매를 하고 있다.

증권사가 유독 정치테마주 매매에 적극적인 것은 구조적인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국내 증권사 트레이딩팀 관계자는 “증권사 고유자산 운용팀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내야 한다”며 “따라서 작전에 가담하는 게 아니라면 정치테마주도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간간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타법인의 정체는…금융당국 감시망 피해 법인계좌로 매매 나서

정치테마주의 또 다른 특징은 거래소가 ‘기타외국인’ 또는 ‘기타법인’으로 분류하는 주체들이 활발하게 매매를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테마주’인 비트컴퓨터는 20일부터 하루(24일)를 제외하고 기타법인들이 순매수하고 있다. ‘문재인 테마주’로 불리는 위노바는 기타외국인이 이달 초부터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보험 은행 사모펀드 등을 제외한 법인계좌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주체들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작전세력들이 감독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법인계좌를 통해 정치테마주를 매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기타외국인은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을 뜻한다. 보통 외국인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면 금감원에 ID 등록을 해야 하는데, 6개월 이상 국내 거주 조건을 충족하면 ‘내국민 대우’를 받게 돼 ID 등록이 필요없어진다. 이들이 주식에 투자하면 ‘기타외국인’으로 분류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타외국인의 상당수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교포 2, 3세”라며 “이들은 사실상 개인투자자이기 때문에 정치테마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