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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명절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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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명절 꼴불견’이란 우스개가 있다. 형편 어렵다며 빈손으로 와서 이것저것 싸가는 동서, 술 취했으면서도 안 취했다고 우기며 가려는 손님 붙잡는 남편, 시댁에 잠시 들렀다 일찍 와서 참견하는 시누이, 잘 놀다가 부침개 부칠 때 와서 식용유 엎는 조카, 기름냄새 맡으며 간신히 부쳐놓은 부침개를 낼름 집어먹는 남편, 며느린 친정 안 보내면서 시집간 딸은 빨리 오라고 하는 시어머니 ….

    세월이 흘러도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는 여전한 모양이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가 얼마 전 25~45세 기혼여성 2180명에게 ‘명절스트레스가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86%가 ‘그렇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손에 물마를 새 없는 집안일’이 36%로 가장 많았고, ‘시댁 식구들과의 불편한 만남’(32%), ‘교통 체증’(22%) 등이 뒤를 이었다.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의 ‘남편이 가장 못 마땅할 때’ 조사에선 ‘눈치 없이 시댁에만 오래 있으려고 할 때’(33.4%) ‘아내가 고생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24.2%) 등이 꼽혔다.

    남편도 편치만은 않다. 선물이나 용돈을 넉넉하게 준비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처가 식구들과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 등에 시달린다. 벌이가 시원치 않을 경우엔 아내와 형제들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 서로의 가정환경에 덜 익숙한 신혼부부와 불화 중인 부부들은 명절이 관계악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설이나 추석을 지난 후 이혼상담이 부쩍 늘어난다는 통계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몽룡 스트레스’란 것도 있다. 취업을 못했거나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기는 바람에 번듯한 모습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해당된다. 주변에서 “취직은?” “결혼은?” “월급은?”이라고 생각없이 내뱉을 때마다 가슴이 턱턱 막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라는 것도 모두 마음에서 비롯된다. 명절의 ‘위험’을 감안해 평소보다 서로를 조금 더 배려하려 애쓰다 보면 오히려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이 험하고 살기가 힘들수록 가족이 먼저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다. 외풍이 거세도 꿈쩍 하지 않도록 가족이란 울타리를 더 든든히 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빈집 뒤 대밭 못미처/봐주는 사람 없는 채마밭 가/감나무 몇 그루 찢어지게 열렸다/숨막히게 매달리고 싶었던 여름과/악착같이 꽃피우고 싶었던 지난 봄날들이/대나무 받침대 세울 정도로 열매 맺었다…/저기, 자식들 돌아온다/낡은 봉고차 기우뚱기우뚱/비누 참치 선물세트 주렁주렁 들고서”(유용주 ‘추석’)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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