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자프로 선수들이 ‘탈(脫) 코리안투어’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회장 선출을 놓고 내분에 휩싸이면서 대회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생계를 위해 외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같은 메이저 투어 대신 중국 등 마이너 투어를 찾아 다니고 있다.

◆일본 Q스쿨 예선에 103명 도전

지난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일본 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 2차 예선전에 국내 골퍼 103명이 몰렸다. 일본 Q스쿨 도전 사상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이다. KPGA에 따르면 일본 Q스쿨 지역 예선에 국내 남자 정회원 79명, 세미프로 12명, 비회원 12명이 출전했다.

국내 상금랭킹 2위 박상현(29·메리츠금융그룹)과 랭킹 4위이자 KPGA선수권 챔피언인 이상희(20·호반건설), 5위 김대현(23), 6위 최진호(28·현대하이스코) 등 상금랭킹 톱랭커들이 대거 참가했다. 랭킹 1위 김비오는 미국 2부투어에서 뛰고 있고 상금랭킹 3위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응시하지 않아 사실상 국내 남자 프로 톱랭커 전원이 일본 무대를 노크한 셈이다.

2차 예선전은 1100명이 11개 코스에서, 3차 예선전은 600명이 6개 코스에서 각각 72홀 스트로크플레이로 경기를 펼친다. 최종 본선은 11월29일부터 6일간 108홀로 펼쳐져 상위권부터 순차적으로 출전권을 획득한다. 10위권에 들어야 21개 대회 중 17개 대회에 나갈 수 있고 30위권에 들면 절반 정도인 12개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지옥의 레이스, 비용도 만만치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지옥의 레이스’로 통하는 Q스쿨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 3대 투어로 통하는 미국과 유럽, 일본은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2~3차례 지역 예선을 거쳐야 하고 ‘바늘구멍’ 같은 최종전을 뚫어야 한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는 6일간 108홀 라운드로 열린다. 각 투어별로 수천명의 지원자 가운데 시드를 얻을 수 있는 선수는 고작 25명 내외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 PGA투어는 응시 때마다 5000달러(560만원) 안팎의 출전비를 내야 한다. 마지막까지 갈 경우 1만5000달러(1700만원)가 든다. 항공료 숙박료 식음료 등은 별도여서 5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일본도 단계별로 응시료가 21만엔(300만원) 정도이고 기타 경비를 포함하면 최종 통과까지 2000만원 이상 든다.

◆중국 등 하위 투어도 기웃

국내 시드권자 가운데 최상위권 선수 일부만 일본투어 시드를 획득할 뿐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아시안투어나 원아시아투어가 그나마 해볼 만하지만 국내 대회와 겹치는 게 많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마저 시드 획득이 어려운 중하위권 선수들은 중국 등 마이너투어를 기웃거린다. 상반기에 중국 투어에서 뛰었던 이준석(24)은 “상금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쉬는 것보다는 나아 차이나투어에 출전했다. 한 차례 우승하는 등 성적이 좋자 중국 협회 쪽에서 경계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