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2000선을 돌파한 뒤 주춤거리다가 30포인트 수준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지수 부진의 배경을 스페인의 재정위기와 관련한 불확실성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문제는 스페인 자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스페인 문제의 이면에는 10월 중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실제로 방화벽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현 상황을 단순화 해보면 우여곡절 끝에 출범을 앞두고 있는 ESM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스페인을 통해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스페인이 구제 금융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향후 다른 재정위기국 역시 ESM에 먼저 요청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차(ESM)를 만들어 놓고 정작 기름(구제금융 신청)이 없어서 실제 운행은 못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류 팀장은 "해당국의 요청이 없는 한 ESM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ESM이 실제 가동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인 감독권 강화와 재정위기국의 요청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스페인 재정위기와 관련된 악재는 이미 상당 부분 노출이 돼 있기 때문에 구제금융신청 이후 유로존 위기에 대한 '큰 그림'이 훼손될 우려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련의 잡음은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해소될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경제의 회복조짐이 나타나기도 전에 이러한 유로존 안정의 로드맵이 흔들린다면 시장 추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스페인에서는 27일 경제개혁안 발표, 28일에는 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가 예정돼 있어 이벤트 과정 중 '잡음'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스페인 정부는 27일 2013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새로운 지출감축 계획과 조기 은퇴 삭감 제안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여전히 가부의 문제가 아닌 시기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러한 잡음 정도는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