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캠프 합류 '안철수의 멘토' 윤여준 "안철수가 메시아? 뒷감당 어찌하려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로 꼽혔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사진)이 2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문 후보 캠프 박영선 기획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 전 장관을 선거대책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중도층을 겨냥한 문 후보 측의 파격적인 영입인사라는 평가다. 윤 전 장관은 16대 총선 한나라당 기획단장과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중도보수인사다.

당내에서는 대구출신 4선의 추미애 의원이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임명됐다.

윤 전 장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문 후보에게 결국 내가 져 캠프 합류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한 달 전부터 윤 전 장관을 만나 “선거를 떠나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데 윤 전 장관께서 원로로서 그런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왔다.

윤 전 장관은 “그동안 답을 안 했는데 며칠 전 문 후보를 직접 만나 2시간 정도 얘기한 뒤 어제 저녁에 최종적으로 마음을 굳혔다”며 “국민 통합은 여야를 떠나 대통령 후보라면 누구든지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 아니냐”고 설명했다.

한때 정치적 멘토 역할을 했던 안 후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안 후보가 짧은 기간 한국 정치에 기여를 많이 했다. 여야 거대 정당이 안 후보 때문에 쩔쩔매면서 서로 쇄신하겠다고 하지 않느냐”고 평했다.

다만 “현실정치에서 메시아가 있을 수 없는데 주위에서 안 후보를 메시아로 만들려 하고, 본인도 메시아가 되려는 것 같은데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합리적 보수성향의 선거전략가인 윤 전 장관은 지난해 말 안 후보가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김여진 씨 등 300명쯤 된다”고 언급하면서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장관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박 기획위원은 “새누리당에서는 진보적인 인사로 꼽혔고 야당 입장에서는 합리적 보수라 할 수 있다”며 “이념과 지역으로 쪼개진 한국사회가 통합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안 후보의 ‘경제멘토’로 거론됐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모피아 대부’ 논란에 휩싸였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윤여준 씨는 2006년 새누리당 서울시장선거를 총괄한 사람이고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인데 어떤 명분과 전향의 과정 없이 민주당이 그를 덜컥 끌어들이다니”라고 비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