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멘토인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내년 9월로 예정된 총선을 1년 앞두고 정치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82살인 콜 전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베를린 의사당에서 집권 기민당(CDU)과 자매정당인 기사당(CSU)의 합동 의원총회에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

콜 전 총리는 1998년 공식 은퇴했으며, 그가 기민당-기사당 합동 의원총회에 참석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휠체어를 탄 콜 총리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양당 연방 의원들은 어렵게 모습을 나타낸 '보수세력의 아이콘'에게 수분 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콜의 등장은 보수세력에게도 상징적이었다.

콜은 기민당의 지도자로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1991년 독일 통일을 관리했다.

또 기민당과 그 제휴세력을 이끌며 총선 등에서 선전, 이들이 독일 집권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굳건히 심어줬다.

현재 58살인 메르켈을 발탁해 전국적인 인물로 만든 이도 콜이다.

콜은 1991년 동독 출신의 무명 정치인 메르켈을 여성·청소년 담당 장관으로 임명, 후견인을 자처했다.

그러나 이후 메르켈은 콜에게 등을 돌렸고, 분노한 콜은 기민당과 기사당의 합동 의원총회에 10년 동안 발을 끊었다.

현재 메르켈은 콜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의 축소 문제로 일부 보수세력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또 메르켈 정부는 2세 아동들의 가정 내 육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이들은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며 반발하는 연립정부 내 친(親)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콜의 등장이 메르켈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콜은 27일 베를린에서 30여년 전 콜의 집권을 기념해 한 보수 단체의 주최로 열리는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메르켈은 이날 연설을 통해 자신이 콜의 적자임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베를린 dpa=연합뉴스)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