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중동붐’이 가라앉으면서 없앴던 사우디아라비아 직항편을 15년 만에 부활한다. 플랜트 등의 개발 수요가 늘면서 중동이 다시 ‘알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11월9일부터 사우디 리야드와 제다를 잇는 정기 직항편 운항을 시작한다고 25일 발표했다. 리야드는 사우디 수도이며, 제다는 최대 무역항이다.

대한항공은 인천~리야드~제다 노선에 218석 규모의 최신형 항공기(A330-200)를 투입, 주 3회 운항할 계획이다. 출발편은 오후 9시55분 인천을 떠나 다음날 오전 3시 리야드에 도착하고, 같은 날 오전 4시20분 리야드를 출발해 오전 6시15분 제다에 도착한다. 귀국편은 오전 11시 제다를 출발해 오후 12시35분 리야드에 도착, 오후 1시55분 출발해 이튿날 오전 5시 인천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대한항공은 중동에 두바이 직항편만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6년 7월 바레인 취항을 시작으로 중동에 진출한 후 1977년 4월 서울~제다와 서울~다란 등 사우디 노선을 운영했다. 당시에도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큰 시장이었다. 대한항공의 사우디 노선을 이용한 승객 대부분은 오일머니를 벌어들이며 구슬땀을 흘린 건설 근로자들이었다. 승객 수요가 크게 증가해 부정기편과 특별기편을 운항해야 할 정도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월평균 6000여명의 근로자들이 대한항공을 타고 중동으로 갔다”며 “그들 덕분에 중동 노선은 1978년 한국과 일본 노선 다음으로 많은 64억여원의 흑자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동붐이 꺼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 결국 1997년 사우디 노선을 폐지했다. 중동지역은 관광 승객이 거의 없어 노선을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발전소와 플랜트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오고 현지를 찾는 엔지니어 등 기술 인력과 국내 기업인들이 늘어나면서 직항편을 다시 개설하기로 했다. 중동을 잡기 위한 항공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사우디항공, 6월 중동항공을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에 영입했다. 스카이팀 일원이 되면 마일리지 제휴 등이 가능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부터 에티하드항공과 공동으로 인천에서 아부다비와 제다를 잇는 노선을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좌석표를 팔고 에티하드항공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중동 직항 노선은 운항하지 않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