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어르신 피곤하게 하는 '노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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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형 즉시연금에 소득세 추진
고령화시대의 노후대비 막는 격
연금저축 장려하는 조세 개혁을"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
고령화시대의 노후대비 막는 격
연금저축 장려하는 조세 개혁을"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
저축은행 퇴출 사태로 노인들이 저축은행에 달려가고 울며불며 줄서는 모습(뱅크 런)을 TV에서 본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인들이 보험회사로 세금 안 내는 만기 10년 이상 즉시연금보험을 사려고 서둘러 달려가고 있다. 대형 3개 생명보험회사의 지난 8월 연금 보험료 수입이 7월 수입의 4배에 이른다.
최근 나타난 저금리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고령자들이 노후생활 수단으로 이 상품에 상당히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원금이 유지되는 상속형 즉시연금에는 이자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도가 확정되기 전에 세금을 절약해서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택스 런(tax run)’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이 그동안 고령화에 얼마나 안이하고 취약하게 대응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덕분에 장기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매우 초조하고 불안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자 소득세를 거두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면 장기저축보험 상품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어떻게 생활비를 조달할 것인가로 우왕좌왕 힘들고 피곤해하고 있다. 예전에는 80세까지 살면 장수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90세를 넘어서까지 생존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오래 버텨서 60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기나긴 30년 이상을 젊어서 모은 자산으로 버텨야 한다.
주택은 최근까지 가장 중요한 노후자산의 하나였다. 가지고만 있으면 저절로 가격이 올라주니 근로능력 없이 자산만 있는 고령자에게 더 이상의 투자상품은 없었다. 게다가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서 주택담보융자까지 얻었다. 조사에 의하며 고령자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이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빚쟁이 ‘하우스 푸어’다. 저출산 시대에 주택은 더 이상 투자 대상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자산을 줄이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거꾸로 자산의 대부분을 금융상품으로 보유하고 특히 연금자산으로 보유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연금’이 대세가 돼야 한다. 이자율이 연 4%라고 가정할 때, 노후에 월 100만원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3억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15.4%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100만원을 손에 쥐려면 3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젊은이들도 노후저축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금 5000만원을 더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평균저축률은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53세에 퇴직하고 변변한 연금도 없는 퇴직자들은 주택가격이 더 하락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서둘러 현금화해야 한다. 그나마 지금의 주택가격으로 주택연금의 가입자격을 얻은 노인들은 낫다.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자산을 현금화해서라도 연금생활을 꿈꾸는데 여기에 ‘초’치는 행위의 조세개혁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부자세’라고 하지만 이는 ‘노인세’다.
문제가 되고 있는 즉시연금이 부자들만의 상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퇴직을 앞둔 일정 연령 이상의 가입자에게는 비과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연금 수급시점까지 베이비붐 세대들의 안정적인 생활비가 될 수 있는 가교연금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고소득층이 아닌 일정 연령 이상 노인들의 장기연금저축에 ‘이자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노인들이 연금자산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우리 사회의 노인부양비는 줄어든다. 청년층이 세금을 덜 내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연금이자에 몇 푼 더 과세해서 선거에 몇 표 더 얻을지 모르겠지만, 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이들의 저축의욕까지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고령화사회의 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정말 남유럽 재정위기로 갈 수 있다. 현재는 고령자들이 연금으로 달려가는 것(pension run)을 오히려 고마워하고 장려해야 한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최근 나타난 저금리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고령자들이 노후생활 수단으로 이 상품에 상당히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원금이 유지되는 상속형 즉시연금에는 이자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도가 확정되기 전에 세금을 절약해서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택스 런(tax run)’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이 그동안 고령화에 얼마나 안이하고 취약하게 대응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덕분에 장기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매우 초조하고 불안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자 소득세를 거두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면 장기저축보험 상품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어떻게 생활비를 조달할 것인가로 우왕좌왕 힘들고 피곤해하고 있다. 예전에는 80세까지 살면 장수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90세를 넘어서까지 생존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오래 버텨서 60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기나긴 30년 이상을 젊어서 모은 자산으로 버텨야 한다.
주택은 최근까지 가장 중요한 노후자산의 하나였다. 가지고만 있으면 저절로 가격이 올라주니 근로능력 없이 자산만 있는 고령자에게 더 이상의 투자상품은 없었다. 게다가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서 주택담보융자까지 얻었다. 조사에 의하며 고령자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이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빚쟁이 ‘하우스 푸어’다. 저출산 시대에 주택은 더 이상 투자 대상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자산을 줄이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거꾸로 자산의 대부분을 금융상품으로 보유하고 특히 연금자산으로 보유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연금’이 대세가 돼야 한다. 이자율이 연 4%라고 가정할 때, 노후에 월 100만원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3억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15.4%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100만원을 손에 쥐려면 3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젊은이들도 노후저축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금 5000만원을 더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평균저축률은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53세에 퇴직하고 변변한 연금도 없는 퇴직자들은 주택가격이 더 하락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서둘러 현금화해야 한다. 그나마 지금의 주택가격으로 주택연금의 가입자격을 얻은 노인들은 낫다.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자산을 현금화해서라도 연금생활을 꿈꾸는데 여기에 ‘초’치는 행위의 조세개혁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부자세’라고 하지만 이는 ‘노인세’다.
문제가 되고 있는 즉시연금이 부자들만의 상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퇴직을 앞둔 일정 연령 이상의 가입자에게는 비과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연금 수급시점까지 베이비붐 세대들의 안정적인 생활비가 될 수 있는 가교연금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고소득층이 아닌 일정 연령 이상 노인들의 장기연금저축에 ‘이자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노인들이 연금자산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우리 사회의 노인부양비는 줄어든다. 청년층이 세금을 덜 내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연금이자에 몇 푼 더 과세해서 선거에 몇 표 더 얻을지 모르겠지만, 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이들의 저축의욕까지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고령화사회의 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정말 남유럽 재정위기로 갈 수 있다. 현재는 고령자들이 연금으로 달려가는 것(pension run)을 오히려 고마워하고 장려해야 한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