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대사관 앞에서 한미 FTA 폐기 선포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 사실 못지않게 출마 선언 장소로 서울 광화문 광장을 택한 속내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등지고 설치된 연단에 올라 출마 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에 몰려든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미국대사관의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를 선언하는 이 전 대표를 바라보게 되는 구조였다.

여타 후보들과 달리 이 전 대표가 굳이 야외 광장을 기자회견 장소로 택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상징적 의미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의 압력으로부터 한국 민중의 삶을 지킬 정부가 필요하다" 며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할 일로 한미 FTA 폐기를 꼽았다. 기자회견을 마치며 한미 FTA 폐기 서한에 직접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반미-종북 논란' 으로 말미암아 분당 사태를 맞은 데 대한 무언의 메시지도 함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단결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배제와 축출을 내세우며 분열의 길을 거듭하면 진보가 아니다" 라며 탈당파 새진보정당추진회의 측을 비판했다.

이어 "저는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18대 대선에 출마합니다" 라며 집단 탈당 속에 구당권파 중심으로 남아 있는 당원들의 결속과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병렬 당 대표 직무대행과 함께 경선을 벌이게 됐다. 진보당은 10월 15~19일 당원 투표를 진행한 뒤 21일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50여 명의 취재진과 진보당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비례대표 논란의 당사자 김석기·이재연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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