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금융감독원의 제재 등으로 길게는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1년 이상 정정 공시조차 내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어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앤엘삼미는 2010년 4월에 공시한 유상증자를 약 2년 반 동안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 투자 위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도록 증권신고서를 수정할 것을 재차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금감원에서 증권신고서를 승인받아야 비로소 유상증자를 모집할 수 있다.

알앤엘삼미는 유증 공시 후 1년3개월 동안 총 25번 정정 공시를 내며 유증 시행 기간을 미뤘다. 알앤엘삼미는 유상증자 규모를 38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줄이고 증자 방식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에서 주주배정으로 바꿨지만 승인이 여의치 않자 결국 진행 일정 공시를 포기했다.

유상증자 청약예정일 및 납일일에는 '추후 확정'이라고만 기재하고 지난해 7월12일 이후 관련 공시를 수정하지 않은 것이다.

오리엔트프리젠 아이디엔 디웍스글로벌 트라이써클 등도 비슷한 경우다.

오레엔트프리젠과 아이디엔은 2010년에, 디웍스글로벌과 트라이써클은 각각 지난해 결의한 유상증자가 '멈춤' 상태다. 역시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구성 항목인 투자 위험 요소, 자금의 사용 목적 등의 기술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70억~160억원에 달하지만 일반투자자로서는 지난해 이후 진행 사항을 전혀 알 수 없다.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도 부담스럽다. 유상증자를 철회할 경우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알디는 올해 4월, 지난해 결의한 8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했다가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고 벌금 400만원을 내야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 기업에 벌점 2점을 부과했지만 엔알디는 벌점을 맞는 대신 벌금 400만원을 지급했다.

만약 당해 부과 벌점이 4점 이상인 경우 매매 거래가 1일간 정지될 수 있다. 아이디엔은 올해 이미 5.5점, 트라이써클은 5점의 벌점을 받은 상태다.

이렇게 유상증자가 기약 없이 지연되자 정정 공시에 유상증자 진행 예정일을 명확히 기재하거나 관련 진행 사항을 수시 공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 측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유상증자가 미뤄지는 경우 기업이 유상증자 예정일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유상증자가 지연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진행 사항 공시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