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국채·물가채 없어서 못팔 지경"
개인투자자 사이에 채권 투자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증권사 창구마다 장기국고채, 물가연동국고채 등이 나오는 즉시 날개 돋친 듯 팔리자 증권사들도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추가 금리 하락을 염두에 두고, 10년 이상 장기채들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일각에서는 2006년 ‘펀드 광풍’을 연상케 하듯 채권투자도 과열 조짐이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미 채권가격이 많이 높아져 있어 추가적인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 등을 감안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장기 국고채·물가채 인기몰이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의 국고채 월별 순매수 규모는 지난 7월 이후 매달 2배씩 늘어나고 있다. 7월 875억원에서 8월 190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이달에도 이미 328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들어 월별 최대 규모다.

개인들이 증권사 PB센터 창구에서 주로 찾는 상품은 10년 이상 장기 국고채와 물가채다. 조원희 KDB대우증권 PB클래스 서울파이낸스1센터장은 “앞으로 한두 번 정도 추가적으로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30년 국채는 수요는 많았는데 없어서 못 팔았고, 공사채나 지방채 등도 유통물량이 적은데 나오면 바로 소화된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최근 3주간 국고채와 물가채 15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지난달 선보인 3.43%, 20년 만기인 토지주택채권은 100억~200억원의 물량이 다 소진됐다.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물가채 입찰대행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대신증권에서도 이달에는 입찰 물량이 이틀 만에 조기 소진됐다. 서비스를 실시한 지난 4월 이후 최단기간이란 게 대신증권 측 설명이다.

국고채나 물가연동채의 투자열기에는 못 미치지만 회사채 인기도 만만치 않다. 단기간 좀 더 높은 금리를 챙기려는 30~40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사채 물량도 품귀현상이 빚어진다. 박준홍 동양증권 W프레스티지 강남센터장은 “무림캐피탈의 경우 BBB+ 등급으로 5.8%인데 사흘 만에 200억원어치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과열’ 우려 높아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장기채권 매수 열기가 자칫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개인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현 상황을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고평가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0년물은 국내외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고평가된 상태”라며 “앞으로 발행 물량이 늘면서 유통시장이 정상화되면 20년물과의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이달 11일 사상 첫 발행 이후 최근까지 20년물보다 0.03~0.08%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인들 매수세가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채에 몰려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가격 변동폭(듀레이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이 단기적인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기적 거래로 경기지표 개선 시 적지 않은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이태호/조귀동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