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지난 19일 대선출마 선언과 동시에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선의의 정책 경쟁을 위한 ‘3자 회동’을 제안했다. 21일엔 한발 더 나아가 “진정한 통합과 화합은 선거 후에 시작하면 늦는다. 추석 전에 만나서 국민들께 추석 선물로 드렸으면 좋겠다”며 제안을 구체화했다.

안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며 3자 회동을 제안한 데는 박, 문 후보에 대한 선제공격의 성격이 담겨 있다. 3자 회동을 통해 ‘공명선거’라는 이슈를 선점하는 동시에 ‘낡은 정치 대 새 정치’라는 구도를 몰고 가겠다는 것이다. 박, 문 후보가 표면적으로는 “기회가 되면 만날 수 있다”지만 내심 떨떠름해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안 후보는 “정책대결을 하자”며 3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실제 정책은 아직 준비된 게 별로 없다. 박선숙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21일 “정책의 큰 방향은 ‘안철수의 생각’에 담겨 있다”며 “세부적인 공약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도 청년CEO와의 간담회에서 통일분야·창업지원 정책을 묻는 질문에 “적합한 때에 말하고 싶다” “형식과 예의를 갖춰 말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안 후보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안 후보는 현장 방문 때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피하는 대신 ‘Ahn’s Speaker’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소회를 밝히며 주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즉흥적인 질문에 답을 했을 때 실수가 발생하는 것과 메시지 주제가 분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 후보의 메시지 정치는 박, 문 후보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안 후보 행보의 또 다른 특징은 ‘포럼정치’다. 그는 출마 이후 21일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22일 수원 못골시장을 방문, 간담회를 열고 청년CEO와 재래시장 상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23일엔 시민과 전문가로 꾸려진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을 개최했다. 각계 각층의 전문가가 중심을 이루는 포럼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개발한다는 취지다.

안 후보의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커뮤니케이션(소통)은 아니다”며 “언론에 대고 말을 적게 하는 게 메시지 전달엔 효율적이지만 아직 충분히 준비가 안 됐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