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운전자 15명이 지난 6일부터 세종시 행복도시건설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세종시~정안IC 도로건설공사 현장에서 일했던 이들은 시공사 하도급업체의 부도로 4~8개월치 임금(건설기계 임대료) 2억5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농성 중인 한 건설기계 운전자는 23일 “올해도 추석을 제대로 쇠기는 틀렸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휴 내내 농성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건설업체 부도 등의 이유로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이 매년 늘고 있다. 임금 체불 문제로 지난 7·8월 농성 또는 시위를 한 곳은 행복도시건설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여곳에 이른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고향에 가거나 친지들 선물을 사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업 임금 체불액은 2007년 949억원, 2009년 1555억원, 지난해 1666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올해도 8월 말까지 1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동법상 ‘임금’으로 분류되지 않는 건설기계 임대사업자(특수 형태 근로종사자)의 체불 임대료는 뺀 금액이다. 건설노조에 신고된 7·8월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액은 126억원이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은 “드러나지 않은 임대사업자들의 7·8월 체불액까지 합하면 2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 체불은 정부 및 공공기관 발주 공사현장에서 더 심각하다. 건설노조에 접수된 체불 현장 가운데 공공기관 발주 현장이 80%에 이른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관급공사의 임금 체불을 없애기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주승용 국토해양위원장(민주통합당)은 국토부와 협의해 4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공사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건설기계 임대료 지급보증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얼마나 잘 정착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