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것은 외국인보다 기관이다. 펀드 환매가 계속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그동안 올랐던 종목을 팔고 덜 오른 저평가주를 담고 있다. 제조업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를 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기관의 순매도가 집중되는 종목을 피하고 저평가돼 있는 종목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기관, 음식료 전기가스 등 순매수

21일 코스피지수는 12.04포인트(0.60%) 오른 2002.37로 마감해 하루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금융(0.04%) 운송장비(0.11%) 전기전자(0.73%)보다는 음식료(2.71%)와 전기가스(2.29%)의 상승폭이 컸다. 음식료와 전기가스는 이날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업종이다. 기관은 음식료와 전기가스를 각각 577억원, 81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전기전자(-365억원) 금융(-350억원) 운송장비(-133억원)는 순매도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경기가 아직 불투명한 탓에 기관들은 최근 음식료나 서비스업종, 업황이 바닥권을 벗어나 개선되고 있는 조선 해운 건설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기관은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을 사고 있다. 기관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현대중공업(1837억원)이다. SK하이닉스(1301억원) LG전자(1228억원) GS건설(705억원) 한전KPS(700억원) KB금융(692억원) 등도 순매수 규모가 컸다. 경기방어 내수주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오리온(521억원) CJ(468억원) NHN(443억원) 아모레퍼시픽(337억원) 등이다.

반면 순매도를 많이 한 종목은 기아차(-3885억원) 삼성전자(-2783억원) 현대모비스(-1440억원) 삼성테크윈(-1399억원) 현대차(-1399억원) LG디스플레이(-756억원) 등 자동차와 IT 중심이었다.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고객의 펀드 환매 요구가 커지면서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 위주로 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전무는 “포트폴리오 교체라기보다는 환매에 따른 주식 매도가 많다”며 “삼성전자 등 그동안 비중을 높여왔던 종목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전문도 “3차 양적완화가(QE)를 시행됐지만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어 대형주만으로는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며 “IT와 자동차가 여전히 좋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동안 많이 오른 데 따른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삼성카드 등 저평가”

전문가들은 기관이 순매도하는 종목으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 종목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어 코스피지수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데 지수가 오르면 펀드 환매에 따른 기관의 순매도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5.1% 올랐지만 기관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은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테크윈(-6.6%) 삼성전기(-2.9%) SK(-6.3%) 두산중공업(-1.2%)은 오히려 하락했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시장은 외국인 매수에 따른 지수 상승과 그에 따른 기관의 매도로 움직일 것”이라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기관 보유 비중이 낮은 종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 보유 비중이 낮으면서 외국인이 사는 종목으로 현대건설 신세계 대림산업 삼성SDI 삼성물산 하나금융 신한지주 대우조선해양 삼성전기 등을 제시했다.

기관이 저평가 종목 위주로 관심을 기울임에 따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KB금융 하나금융 KCC SK네트웍스 삼성SDI 이마트 삼성카드 동부화재 등은 PER이 최근 3년간 평균 PER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