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0일 오전 5시53분

회계법인을 상대로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변제 능력이 없는 분식회계 기업 대신 자신들이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계법인들이 과당 경쟁으로 감사의 질을 떨어뜨린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각 회계법인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회계법인이 부실 감사를 이유로 주주 등에게 피소돼 진행한 민사 소송 건수(종결 기준)는 2009사업연도와 2010사업연도 각각 5건에서 2011사업연도에는 8건으로 증가했다.

○급증하는 신규 소송

신규 소송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지난해는 회계법인을 상대로 총 4건의 소송을 진행했는데 올 들어서는 2배가 넘는 10건을 새로 맡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로 일반투자자들이 소송을 냈지만 최근에는 기관투자가들도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3대 연금은 이달 초 코스닥 상장사 신텍의 분식회계와 관련해 회사와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15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법무법인과 상의해 보니 충분히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해 소송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계법인에 책임을 묻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경우는 많지 않다. 2011사업연도 종결 소송 8건 가운데 회계법인이 배상을 한 경우는 2건에 그쳤다. 나머지 6건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원에서 각하 또는 기각되거나 투자자들이 소송을 취하했다. 지난달에는 분식회계를 벌인 국제건설에 투자했던 주주들이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한 판결이 나왔다.

○‘부실 감사’ vs ‘기획 소송’

회계법인들은 투자자들이 일종의 ‘기획 소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부대표는 “분식회계를 하다 적발된 회사들은 대부분 망해 돈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회계법인에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다”며 “변호사들이 불황을 겪자 승소 가능성이 별로 없는 소송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들은 회계법인이 자초한 문제라는 반응이다. 변환봉 법무법인 율 변호사는 “회계법인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감사를 받는 업체의 요구에 따라 분식회계를 눈감아 주면서까지 수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영준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투자자들은 회계감사를 믿고 투자하는 만큼 회계법인들이 응분의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