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빅3’가 확정되면서 이들의 멘토인 ‘좌장’들의 경쟁도 관심사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캠프 좌장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싱크탱크 수장인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를 자임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그들이다.

특히 김 위원장과 이 전 부총리는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를 각각 지낸 대표적인 경제 원로다. 김 위원장은 노태우 정부 때 경제수석을, 이 전 부총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제수장을 맡았다. “서로 잘 알고 자주 교류하는 사이”(김 위원장)지만 다른 진영에 있는 만큼 각각 지지하는 후보를 통한 정책 대리전을 벌이는 게 불가피하다.

두 사람은 경제위기 진단에서부터 시각차가 있다. 김 위원장은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다. 이에 비해 이 전 부총리는 그의 책 ‘경제는 정치다’에서 경제 최우선 현안으로 무너진 중산층 강화를 꼽았다.

해법도 다르다. 김 위원장은 ‘재벌’의 탐욕이 경제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며 이를 억제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본다. 반면 이 전 부총리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개입을 주장한다. 지난 19일 안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소유지배구조에 손대는 민주당식의 근본적인 해법보다는 실현 가능한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해법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대목도 이 전 부총리의 생각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큰 정부’를 옹호한다. 그는 박 후보가 3대 키워드로 내세운 ‘경제민주화·복지·일자리’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성안해 박 후보의 경제 공약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 전 부총리는 ‘경제는 정치다’에서 밝힌 경제위기 해법을 안 후보에게 전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40대 중심의 세대론 △가계 부채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강화 △법인세 인하 반대 △토빈세·복수통화바스켓 도입 등이 그런 사례다.

캠프 내 역할에서도 두 사람은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은 전면에 나서 박 후보의 대선 공약을 총괄 지휘하는 반면 이 전 부총리는 스스로 ‘정신적인 후견인이자 조언자 역할’ 정도로 선을 긋고 있다. 대선 이후 행보에 대해선 비슷한 입장이다. 두 사람 모두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한 전 부총리는 문 후보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 이사장을 맡으면서 대선 공약의 전체적인 방향과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육과 통일외교가 주전공인 만큼 경제 분야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와 민주당 내 정책통인 이용섭 정책위 의장이 책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