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힐링 열풍’은 30대도 대상으로 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최근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후속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새내기 직장인을 위로하는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위로가 아닌 애정어린 충고를 30대에게 건네는 책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왓슨와이어트 한국지사장을 지낸 김광순 디맨드컨설팅그룹 대표(사진)의 《서른의 크기》(상상너머, 1만4000원)다. 김 대표는 “30대에겐 위로가 아니라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충고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30대가 인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조언”이라고 말했다. 20일 그를 전화 인터뷰했다.

▷30대에 대한 충고를 책으로 엮은 이유는.

“여러 기업에서 인사조직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사회생활을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는 사회생활의 ‘습관’을 잘못 들인 탓이 큽니다. 30대는 사적인 삶을 살다가 공적인 삶에 발을 들여놓는 시기입니다. 사회생활의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죠. 30대에게 공허한 위로가 아닌 실제 생활을 헤쳐나갈 수 있는 조언과 충고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좋은 습관이란 어떤 걸까요.

“인생을 관통하는 습관은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 자신, 일, 동료, 세상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습관이지요. 이 네 가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개인의 삶 자체입니다. 여기에서 일체감을 갖는 것이 평온한 삶을 살기 위한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30대의 고민은 일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일은 괴롭고 힘든,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일이 주는 갈등과 고통을 피하려 할수록 더 그것은 더 커지기만 할 뿐이죠. 결국 직장인의 행복은 일을 즐길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평온함은 일을 피할 때 오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했을 때 뒤따라 오는 상과 같습니다.”

▷대학생 때는 취직이 전부인데 막상 30대 직장인이 되면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국의 30대 직장인이 철저히 망각하는 게 있습니다. 30대라는 나이는 위로받을 시기가 아니라 생산해야 할 때라는 것이죠. 사람은 서른까지 전혀 생산하지 않고 남의 도움을 받으며 크지만 그 이후부터는 생산을 하면서 공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30대가 됐는데도 자신을 위로받아야 할 존재로 생각하고 받기만을 기대하는 건 유아기적 회피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30대 생활이 평온해질까요.

“많은 30대가 자신을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없는 ‘졸(卒)’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30대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티오피(T.O.P)’입니다. IMF 외환위기 직후 한국 은행의 구조조정을 주도한 사람도 30대 컨설턴트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게 T.O.P라는 개념이에요. T(Threshold)는 역치, O(Orientation)는 좌표지향, P(Production)는 생산이죠. 역치는 어떤 현상을 일으키게 하는 최소치입니다. 성장의 역치를 넘어서고 좌표를 잘 설정해 생산의 주체로 나서는 게 인생을 평온하게, 충만함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