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유동성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0일 오전 10시24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0.33% 떨어지고 있지만 외국인의 매수세는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일 이후 약 3조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해왔다.

외국인 자금유입 대한 기대를 더욱 키우는 것은 세계 주요국의 정책공조에 따른 유동성 확대 전망이다.

이달 들어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매입을 결정했고, 미국 중앙은행(Fed)은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했으며 전날에는 일본은행(BOJ)까지 자산매입 기금을 10조엔 늘리는 등의 추가 양적완화 대책을 내놨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뒤를 이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 번째로 큰 일본까지 양적완화 조치에 가세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최근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발표했으며, 다음 달 중순 정권교체가 원만히 이뤄질 경우 재정 및 통화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가닥이 잡혀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의 흐름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 기간에도 원자재와 함께 신흥국 통화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QE3를 비롯한 글로벌 리플레이션은 위험선호를 자극하며 원자재와 원화를 비롯한 신흥시장 통화가격을 당분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이런 우려로 전날 현대차기아차 주가는 2~3% 하락했으며, 이날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엔화가 추세적인 약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엔·원 환율이 지난 2월처럼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지난 2월14일 일본중앙은행의 10조엔 자산매입 조치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없는 가운데 실행된 공격적인 조치로 그 효과가 극대화 된 반면, 이번 10조엔 매입조치는 QE3에 대한 방어적 조치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이번 정책은 안전자산 선호 흐름으로 인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가치가 이번 QE3로 인해 추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다"며 "급격한 엔저추세로의 반전보다는 엔화환율의 횡보기조가 지속되는 정도의 영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