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안 본다고 '버럭'…이주식 대표, SK컴즈 '해결사'될까
지난 1월 취임 이후 첫 공식 석상 등장한 이주식 대표
"직원들과 소통, 트렌드 강조"

대표로 회사에 취임하자마자 사무실 한 귀퉁이에 인공잔디를 깔았다. 그리고 임직원 1400여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한 번에 70~80명씩. 임직원을 모두 만나기까지 두 달 넘게 걸렸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인공잔디 위에서 임직원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부터 '신랄한 회사 비판'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출장과 휴가 때문에 '잔디 대화'에 참석하지 못한 마지막 2명은 사장실로 불러들여 모든 임직원을 만났다.

올 1월 SK커뮤니케이션즈에 부임한 이주식 대표(49) 이야기다. 지난 18일 그가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한 '싸이월드 3.0' 어플리케이션(앱) 출시 기자간담회 자리다.

"오늘 새벽 1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롭게 출시한 싸이월드 앱을 봤죠. 비록 늦긴 했지만 회사와 저에게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취임 후 싸이월드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가 최대 과제였습니다. 이제 싸이월드로 한국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명성을 되찾겠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SK컴즈 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40여분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정해진 간담회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중간에 회사 관계자들이 질문을 자르려 하자 이 대표는 "질문을 더 받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조용한 성향의 김상헌 NHN 대표,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달리 적극적인 스타일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이 대표가 싸이월드의 부활에 사활을 걸고 8개월을 보내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SK컴즈의 위기부터 막아야 했다. 지난해 7월 일어난 포털 네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마무리해야 했다. 빠른 속도로 해외 SNS로 옮겨가는 사용자들에 대해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에는 영업손실 82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SK컴즈의 문화부터 바꾸자'고 결심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직원들과의 소통'이다. '잔디 대화'를 통해 모두 얼굴을 맞댄 임직원들에게는 스스럼없이 다가섰다. 젊은 직원들이 많은 회사 특성상 직책을 빼고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박철수 과장이라면 '철수야'라고 부르는 식이다. 지난 6월 부장, 과장 등 직급 호칭을 없애고 매니저로 단일화했다.

그는 최신 트렌드 개그도 꿰고 있다. 임직원들과 TV 개그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 이야기를 하던 중 분위기가 조용하자 이 대표는 "너희 개콘 안 보니?"라며 '혼'을 내기도 했다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회사 내에선 '싸이월드 3.0' 앱의 성공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늦더라도 완벽을 기하는 스타일이어서 아랫사람들이 조금 피곤하기는 하다"는 것이 SK컴즈 직원들의 귀띔이다.

이 대표는 "싸이월드의 많은 일촌들이 떠나갔지만 그들의 물건은 여기에 두고 갔다" 며 "일촌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싸이월드 3.0 앱은 취임 8개월이 지난 이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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