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요즘 투자자는 '퀀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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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정해놓은 조건따라 자동으로 주식·ETF 거래
대기업 임원 A씨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섰던 지난 3월 우리투자증권의 ‘우리스마트인베스터’에 3000만원을 투자해 현재 10%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포인트 오르면 ‘KODEX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100만원, 20포인트 내리면 200만원을 자동으로 매수하도록 설정했다. A씨는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면 투자금액을 전액 매도한 뒤 적절한 시점에 다시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정해놓은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주식 혹은 ETF를 매매하는 ‘퀀트 스타일’의 금융투자 상품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운용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안정성 돋보이는 퀀트 스타일 상품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퀀트 스타일의 금융투자 상품은 증시 환경 변화에 따라 ETF 등 투자 대상의 매수 규모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상품과 채권·주식 등 자산별 투자 비중에 변화를 주는 자산배분형 상품으로 나뉜다. 복잡한 시스템이 적용되는 정통 퀀트상품에 적용되는 전략을 단순한 형태로 변형시켜 차용한 것이다.
A씨가 가입한 우리스마트인베스터는 코스피지수가 오를 때는 지수추종형이나 레버리지ETF를 미리 정한 금액만큼 매수하고, 내릴 때는 그 금액의 1.5~2배를 자동으로 사들여 균형수익을 내는 것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KODEX레버리지에 투자하는 한 유형의 경우 올해 수익률이 11.73%다.
대우증권이 랩어카운트로 운용하는 ‘폴리원’은 자체 시스템이 매수 혹은 매도 신호를 보내면 ETF 투자 비중을 0~100%에서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상품이다. 11개 유형 가운데 ‘폴리원베이직적극투자형’은 올해 9.10%의 수익률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NH-CA자산운용이 7월 선보인 ‘오뚝이펀드’는 평소에는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모)’ 펀드를 65%만 담고 있다가 코스피지수가 3% 하락할 때마다 투자 비중을 늘려 최고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목표수익률을 투자원금의 8%로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면 투자 비중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게 된다. 첫선을 보인 지 2개월 만인 지난 17일 목표를 달성했다.
퀀트 스타일 상품이 10% 안팎의 수익률을 잇달아 달성하면서 상품가입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폴리원과 우리스마트인베스터는 올 들어 각각 3118개와 1만1732개의 계좌가 새롭게 개설됐다.
우리스마트인베스터의 경우 지난달 증시가 상승하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3분기 들어 지난 17일까지 1700개 계좌가 감소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수익률을 꾸준히 내고 있어 신규 개설 계좌가 조만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우리투자증권은 보고 있다.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금융투자업계는 잇달아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KDB자산운용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의 시그널에 따라 주가지수선물 거래 비중을 조절해 손실을 방어하는 ‘KDB코리아베스트’ 펀드를 19일 내놨다.
◆박스권 장세에서 유리
이들 상품 가운데는 증시가 박스권에서 출렁일 때 안정적인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이 많다. 코스피지수가 1700대 후반에서 1900대 초반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5~8월이 이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최적의 환경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시행 등을 계기로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이들이 개별 종목이나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2.92포인트(0.15%) 상승한 2007.88로 장을 마쳤다. QE3 시행 ‘약발’이 작용했던 지난 14일 이후 17일부터 3거래일 연속 횡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 퀀트
수학적 계량모델을 활용해 미리 설계된 시스템에 따라 진행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사전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특정 종목이 고평가되면 팔고, 저평가되면 추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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