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가 112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과 운용에도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와 비영리단체 부채는 1121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발표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922조원)을 빼면 자영업자인 소규모 개인사업자와 비영리단체 부채는 199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분기 대비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소비자단체와 자선·구호 등 비영리단체의 경우 대출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금액은 대부분 자영업자 대출로 파악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 조달과 운용 현황에서도 최근 경기 침체의 양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금 조달은 14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조7000억원 증가했지만 운용은 34조1000억원으로 2조원 감소했다. 대출 등을 통해 조달 규모가 늘면 예금이나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운용도 같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런 유형의 투자보다는 소득 감소에 따른 생활비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운용도 급감했다.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20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3조2000억원 감소했다. 자금 운용 규모도 2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0조6000억원 급감했다. 이는 카드채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2003년 2분기(-4조2000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2분기 기업 실적 악화로 현금 유입이 줄어든 탓이다.

정유성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경기 부진으로 2분기 기업 실적이 나빠진 영향이 있다”며 “금전신탁을 중심으로 예금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유가증권도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