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5대 그룹 총수와 시중은행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세우려고 하는 모양이다. 4대강 공사수주 담합 문제를 파헤치겠다며 8대 건설사 CEO들을 나오라고 하고, CD금리 담합 의혹을 규명하려고 시중은행장들을 부르는 식이다. 주요 그룹 총수들을 증인으로 불러내려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을 따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증인으로 신청하려는 인사를 합치면 무려 130명에 이르게 된 것이 다 이유가 있다.

국회가 국감 때마다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사를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내는 것이 정례 행사처럼 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이런 잘못된 관행을 고착시키는 빌미다. 국회가 국감이나 국정조사는 물론 법안 심의와 관련해서도 증인, 참고인으로 요구하면, 따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누구든지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탓이다. 정치인들은 이렇게 자기 편리한 대로 법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는 감사대상을 정부 부처, 특별시와 광역시·도, 공공기관, 감사원의 감사대상기관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기업인 등 민간인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국회는 민간단체장과 민간기업 CEO, 그룹 총수를 툭하면 오라가라하며 공공연히 압력을 넣는다. 피의자를 소환하는 수사기관을 상기시킬 정도다. 이를 거부할 때는 국회를 무시한다며 윽박지르고 겁주는 것이 다반사다. 바쁜 사람들을 무리하게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러놓고는 몇 시간씩 말 한마디 안 시킨 채 굴욕감을 주는 일도 허다하다. 증인, 참고인 제도를 악용해 벌을 세운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간인과 기업을 향해 권력기관 행세를 하라고 국회가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권력을 원한다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것이다. 기소권을 행사하고 싶으면 검찰로 가면 되고, 판결을 할라치면 판사가 될 일이다. 민간인이 아니라 정부를 감시하는 것이 국회 본연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