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3차 양적완화(QE3)' 발표로 한차례 샴페인을 터트린 코스피가 이제는 고민에 들어갔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전고점인 2050선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오전 10시57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3포인트(0.29%) 떨어진 2001.83으로 200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난 14일 무기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 등을 포함한 QE3 발표에 3% 가까이 급등했던 코스피는 다시 냉정을 찾는 모습이다.

QE3 발표로 단숨에 2000선을 회복한 이후 지수대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데다, 코스피 전고점인 2050선이 상단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코스피가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과거 1차 양적완화(QE1) 당시 72% 급등했으나, 2차 양적완화(QE2) 시기에는 21% 상승에 그쳤다. 이번 QE3 발표가 어느 정도 국내 증시 상승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QE3가 QE1, QE2와 다른 점은 기간이나 규모를 정해놓지 않은 '무기한·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점이다.

김주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QE3는 QE1과 QE2와는 달리 규모나 시한을 정하지 않은 개방형을 선택했다"며 "고용시장이 본질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추가 자산매입 등 다른 정책을 사용하겠다며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평가했다.

개방형 QE3로 통화공급 확대로 인한 유동성 효과뿐만 아니라 경기모멘텀 개선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유동성 효과'의 규모다. 특히 장기투자 성격의 미국계 자금이 대규모로 한국시장에 유입될 수 있을지 여부에 증시의 방향성이 달렸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버냉키 의장의 QE3 발표 후, 지난 14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000억원을 순매수 했는데, 그 동안 한국 주식을 순매도 했던 미국계 자금이 주식을 매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유럽계 자금의 매수세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계 자금이 유입될 경우에 주식시장에 수급여건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전고점인 2050선이 저항대로 작용하며 이를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가 추가 상승에 중요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인 2050을 넘어 새로운 상승추세를 형성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정책랠리가 있었던 국면에 비해 수요가 약하기 때문"이라며 "2009년처럼 소비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이 없으며 유럽은 여전히 긴축을 하고 있고, 미국도 단지 긴축의 시작점을 연기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과 달리 중국 역시 수요를 일으키는 힘이 없어,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 위험자산 선호가 추세를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1차적으로 코스피 2050선 부근까지는 주식 보유의 대응이 좋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중국 경기의 부진과 9월말 이후 시작될 3분기 어닝 시즌 진입에 따른 관망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2050선 부근에서는 주식 비중을 일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유럽, 중국 등 경기둔화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미국 실업률 하락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기업실적 하향과 함께 코스피 상승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급측면에서는 코스피 매물대가 1950~2050에 걸려있다는 점을 부담으로 지적했다.

코스피가 거래대금이 적었던 1750~1950선에서는 프로그램 매수, 외국인 매수에 탄력적으로 상승했지만 코스피 1950~2050선에서는 차익매물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용환 BNG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원자재와 달러가치를 비롯한 각종 자산가격이 금년 최고치에 육박하거나 넘어서고 있고 현재 경제여건에 지난 1분기 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줄 수 없다는 점을 볼 때 코스피 2000선 이상에서는 매수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면 상단을 제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와 둔화된 기업실적 등을 고려한 펀더멘털 상으로 보면 9월 코스피는 2000선, 올해에는 2100선 정도가 상단으로 적정해보인다"면서도 "돈의 힘으로 밀고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에서는 오버슈팅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