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소득이 증가하는 경우 생계비를 올려줘야 한다는 데 법원의 회생·파산 담당 판사들이 의견을 모았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중산층도 가계부채 증가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들이 경제활동을 계속하면서 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일률적으로 책정된 생계비(4인 가구 기준 월 224만여원)를 제외한 개인회생 신청자의 수입은 의무적으로 채무변제에 사용된다.

서울중앙지법 주최로 지난 14~15일 강원도 원주에서 전국 법원의 회생·파산 담당 판사 41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12년 전국 회생·파산법관 포럼’에서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지난 7월 현재 개인회생 접수 건수가 2011년 전체 접수 대비 81.08%에 이르는 등 2010년 이후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개인회생은 일정 소득이 있어 최장 5년간 빚을 일정 부분 갚을 수 있는 경우에 이용하는 제도다.

포럼에 참가한 판사들이 개인회생 신청자의 생활 유지에 쓸 수 있는 생계비가 소득을 반영해 올라가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고 법원 측은 전했다. 판사들은 현행법상 생계비가 대기업 근무자,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 등 중산층의 생계비로 적정한지, 소득 증가에 비례해 생계비를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벌인 끝에 대부분 찬성했다.

거주 지역, 물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에 참석한 한 법원 관계자는 “소득 증가를 감안하지 않고 생계비를 책정하면 개인회생 신청자가 직장생활이나 자영업 등 소득활동을 열심히 할 유인이 떨어져 결국 경제활동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률적인 생계비 책정으로 인해 개인회생 과정 중 소득이 늘어났는데도 법원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법원이 추가 조사를 하는 등 절차가 지연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 측은 “조만간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소득에 따른 생계비 증가율을 정하고,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 대법원 예규 및 실무 기준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