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서로 사랑한다면 행복이 피어오르죠. 사랑과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어요. 다만 그걸 알지 못하고 지내는 거죠. 사랑과 행복은 크고 웅장한 것이 아니라 작고 예쁜 것입니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17일 개인전을 시작하는 팝아티스트 모용수 씨(45)는 “벤치에서, 꽃밭에서 부비고 노니는 호랑이들을 통해 잊고 살았던 작은 행복을 일깨워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씨는 까치와 호랑이가 등장하는 전래 민화나 전설 같은 익숙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 1978년 구상 공모전에서 까치 호랑이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중앙화단에 데뷔했다. 2010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첫날 매진되면서 주목받은 이후 전시회 때마다 작품을 찾는 애호가들이 줄을 이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남자 주인공 김현중의 방에 걸린 그의 그림을 알아본 소녀팬들이 전시장에 몰려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랑합니다’를 테마로 한 이번 전시에는 올초 통영, 구례, 섬진강 등을 찾아다니며 채집한 이미지를 화면에 되살려낸 근작 20여점을 건다.

모씨 작품의 원천은 사랑과 순수 그 자체다. 간결한 이미지와 원색의 명징한 화면을 통해 정겹고 풋풋한 서정을 담고 있다. 작품 속 호랑이의 표정이 정감 넘친다. 익살맞은 호랑이를 그림에 본격적으로 차용한 것은 2007년부터다. 원광대 미대 대학원 논문 주제로 만난 ‘까치 호랑이’가 화업의 전환점이 됐다.

“화면에 호랑이는 저희 가족입니다. 집사람이 호랑이띠거든요. 가끔 호랑이처럼 무섭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귀엽고 부지런하죠. 호랑이 그림은 묵묵히 내조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담으려고 한 것입니다.”

그는 호랑이를 친근하고 해학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소재를 찾는다.

“지난 3월 통영과 섬진강에 다녀왔습니다. 섬진강변의 은빛 모래밭, 악양 청보리밭, 소설 토지의 무대 ‘최참판댁’ 등에서 느낀 사랑, 그리움, 꽃, 낭만을 호랑이와 연결해 봤어요.”

장독대에 정화수 한 그릇 정갈히 떠놓고 가족의 무탈을 비는 엄마 호랑이, 꽃 나무 아래서 실눈을 뜨고 보란 듯이 사랑을 속삭이는 호랑이, 꽃밭에서 서로 부비고 안기는 호랑이, 골프를 치는 호랑이들은 귀엽기까지 하다.

맥반석 가루를 발라 만든 화면의 마티에르가 정겨움을 배가시킨다. 오돌토돌, 바위처럼 단단한 느낌도 전한다. 유리액자를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는 28일까지.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