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의 중앙 및 지방 언론사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신문 광고를 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국제법상으로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일본은 이미 17세기 중반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확립했고 1905년 이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역사는 주관적으로 해석되고 심지어 날조되기도 하는 것이기에 볼테르는 “모든 역사는 거짓말이다”고 했다지만 한국의 영원한 이웃 일본은 정녕 그 정도가 지나친 듯하다.

이 소식을 들은 뒤의 첫 느낌은 하루종일을 함께 지내다 초저녁에 다시 마주친 이웃이 오늘 첫 만남이어서 매우 반갑다고 이야기하는 듯한 황당함이었다. 그러나 이는 황당하다고 해서 그냥 무시해 버려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다. 역사는 밝은 미래를 가꾸기 위해 비춰보는 거울이며, 그러기에 역사 왜곡은 과거의 잘못을 또 다시 반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부차원에서 독도의 역사를 왜곡해 유발되는 갈등은 미래의 한·일 양국에 얼마나 많은 손실을 초래할까? 일본 정부의 조직적 힘에 의해 만들어질 일본인들의 역사관은 결국 그 이웃인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응은 냉정하면서도 치밀해야 한다.

필자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나고 함께 일했던 일본인 개개인은 모두 합리적이고 배울 것이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질서를 존중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개인보다 전체를 먼저 배려하는 사고방식은 한국이 높이 사야 할 점이다. 서양의 과학과 기술문명을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흡수한 뒤, 많은 분야에서 이를 한 단계 더 높인 것도 같은 동양인으로서 자랑스런 일이다.

1970년대 중반, 유럽에서의 학창시절에 필자가 가졌던 일본에 대한 느낌 중의 하나는 감사의 마음이었다. 만약 일본이 없었다면 유럽인들은 동양 사람 모두를 얼마나 가볍게 여겼을까? 물론 한 세대가 지난 오늘 날엔 이런 인식의 모든 것이 바뀌었으며, 흐뭇한 사실은 그런 변화에 대한민국도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토록 합리적인 일본인들이지만 다수가 모여 집단을 형성하면 무언가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식민통치 시대에 일어난 작은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의 국왕이 거처하던 창경궁을 원숭이가 뛰노는 동물원으로 바꾸어 격을 떨어뜨리고 훼손한 일 등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광화문을 철거하고 일본을 상징하는 일(日)자 모양의 거대한 석조건물을 세워 이를 조선총독부로 쓰면서 경복궁 전체를 뒷마당으로 몰아 넣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 후 중앙청으로 쓰이던 총독부 건물은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철거됐고 광화문은 다시 복원돼 이제 그 상처는 없어졌지만, 그런 일들을 자행한 집단의 비합리성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도 게을리한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역사적 자료와 증거들을 확실하게 수집하고 아울러 이를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은 독도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일본인들을 늘릴 수 있는 길이다.

이와 더불어 2009년부터 정부가 총 500억원 가까이 투자해 구축하고 있는 ‘독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의 역할도 기대된다. 최근 잠정보류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해양, 기상, 환경 분야의 다양한 연구와 지진, 해일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해 건설되고 있는 이 기지에서 한국 과학자들은 독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더 없이 값진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들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바닷물 산성화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연구가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세계적인 관련 학술지에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라고 연구소 주소를 밝힌 한국 과학자들의 논문이 출간되는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바로 그 날, 세계의 과학자들은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또 다시 인지할 것이다.

김도연 < 국가과학기술委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