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이라는 말은 달리기대회에서 2등을 하던 친구가 1등을 앞질렀을 때 쓰는 말인데 금리에도 순위가 있다는 말일까요. 맞습니다. 1등 2등은 아니지만 금리에도 이론적인 순위가 있고 그 순위가 바뀌어서 ‘금리역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겁니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고 짧을수록 금리가 낮다는 순위가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장기채권 금리는 단기채권 금리보다 높은 게 일반적인데 20년 만기 채권금리가 30년 만기 금리보다 높게 돼버렸으니 역전한 게 된 거죠.
그렇다면 장기채권의 금리가 단기채권 금리보다 일반적으로 높은 건 왜일까요. 한 달에 50만원의 월세를 내야 하는 집을 계약하러 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집주인이 “1년 계약으로 합시다”라고 제안을 합니다. 당장 이사 갈 마음이 없는 나는 “2년으로 하면 안 될까요?”라고 할 겁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는 오르게 마련이고 그러면 1년 후에 재계약을 할 때는 월세를 5만원 올려 55만원을 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10년을 살 거라면 이런 제안을 할 수도 있겠죠. “내가 한 10년 있을 건데 그냥 월세 70만원에 10년 계약을 합시다”라고요. 당장 올해는 애초 월세인 50만원보다 20만원이나 더 많이 내야 하는 것 같지만 매년 5만원씩 월세가 올라갈 것을 고려한다면 10년 뒤 월세가 100만원까지 올라갈 무렵엔 오히려 이득이라는 계산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앞으로 경기가 나빠지고 부동산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상황은 역전되겠죠.
채권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채권금리는 고정금리인 데다 우리 경제는 해마다 성장하고 있으니 만기가 길수록 이자는 높아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금리 순위가 역전됐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미래의 경기 부진을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을 발표하자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은 금리 동결이 아니라 금리 인하로 돈을 풀 때라고 실망감을 드러낸 근거 중 하나로 ‘장단기금리역전현상’이 꼽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