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들이 책상 앞에 앉아 장밋빛 보고서만 만들고 있다. 지금껏 화려한 보고서만 쏟아졌을 뿐 성과가 없다. 직접 현장으로 뛰쳐나가 일일이 점검하고 실행해라.”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전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모인 회의석상에서 호된 ‘내부 비판’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돌며 보고받는 횟수를 늘리는 등 현장경영을 부쩍 강화하고 있어 CJ그룹이 ‘초긴장 모드’에 접어들고 있다.

이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CJ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CJ그룹의 미래는 글로벌 사업에 달려 있고 여기에서 성공하려면 CEO부터 직접 나서야 한다”며 경영진의 체질 변화를 강조했다고 CJ그룹이 13일 전했다. 지난 1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이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을 비롯해 이관훈 CJ(주) 대표,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이해선 CJ오쇼핑 대표,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이현우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푸드빌 대표, 손관수 CJ GLS 대표 등 그룹 고위 임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중국에 ‘제2의 CJ’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중국사업을 시작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왕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리더들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제대로 된 성과가 나겠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의 ‘태도’를 강도 높게 질타하고, 이를 CJ그룹이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CJ그룹은 1995년 중국사업을 시작해 제일제당, 푸드빌, GLS, 오쇼핑, CGV, E&M 등 핵심 계열사를 모두 진출시켰다. 하지만 제일제당 바이오 부문을 제외하면 최근 들어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CJ그룹이 강점을 가진 문화콘텐츠 분야는 최소 10~20년은 중국이 쉽게 따라오지 못할 사업”이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중국 일정을 소화한 뒤에도 당분간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 머물기로 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유럽, 남미 등을 돌며 현지 사업장을 점검할 예정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