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진화된 펀드로 꼽히는 자산배분형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탄력적으로 자산을 배분한 펀드들의 성과가 우수하게 나오면서 판매사들은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지 않고 있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연초 이후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의 자산배분형 펀드 7개의 평균 수익률은 6.5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반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2.07%에 그치고 있다.

자산배분 펀드는 투자대상의 비중을 시장 변화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자산배분 펀드는 주된 투자대상이 하나이고 외부변수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형태였지만,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자산배분 펀드가 허용되면서 둘 이상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됐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글로벌파노라마자산배분자 1[채혼-재간접] A'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04%에 달했다. 이 펀드는 채권혼합형 상품으로 주식 외 원자재, 부동산 등에도 분산 투자하고 있다. 2007년 설정된 이후 수익률은 46.14%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서 따라 주식편입 비중을 50~80% 사이에서 조절하는 'KTB액티브자산배분형[주혼] A'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5.60%를 나타냈다. 2008년 설정된 후 수익률은 71.49%에 달했다.

'신한BNPP Tops아시아자산배분 1[주혼-재간접]'과 'KTB압축자산배분형[주혼]종류A'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각각 6.90%, 5.71%를 기록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해 실질적인 주식 편입비중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자산배분형 펀드가 출시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하고 있는 펀드들의 성과가 양호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자금 흐름은 원활하지 않다. '하이글로벌파노라마자산배분'과 '신한BNPP Tops아시아자산배분' 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각각 37억원, 3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KTB액티브자산배분' 펀드에서는 181억원이 이탈했다.

본격적인 자산배분 펀드 판매가 허용된 후 처음 판매를 시작한 '슈로더 아시안 에셋 인컴 펀드'도 흥행몰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펀드는 아시아 고배당 주식과 아시아 하이일드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6월 홍콩에 처음 출시해 인기를 끈 역외펀드 '슈로더 아시안 에셋 인컴 펀드'에 대부분 자산을 투자한다. 하지만 지난 7일 판매를 시작한 후 전날까지 자금 유입은 약 1억원에 그치고 있다.

원소윤 한화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자산배분 펀드는 자체적으로 포트폴리오 관리가 되기 때문에 뚜렷한 유망자산이 보이지 않을 경우 전략적인 측면에서 유망하다"며 "펀드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시기와 맞물려 현재 자산배분형 펀드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기존 펀드 대안용으로 판매사들이 여전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애널리스트도 "현재 출시돼 있는 자산배분형 펀드의 장기 성과가 우수하다면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 능력이 검증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장기성과와 변동성을 고려한 펀드를 선택하는 전략이 단순 액티브 펀드를 선택해 대응하는 것 이상의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 애널리스트는 "다만 자산배분 펀드는 자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운용 능력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클 수 있다"며 "과거 수익률 추이를 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