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화장품 판매가, 주요 8개국 중 한국이 가장 비싸
미국산 화장품, 국내 백화점 판매가 현지보다 1.51배 높아

국내 수입 화장품 판매가가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8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스티로더 등 미국산 화장품의 국내 백화점 판매가는 미국 백화점에 비해 평균 1.51배 비쌌다.

서울YWCA는 수입화장품 4개 품목(에센스, 아이크림, 컴팩트 파운데이션, 립스틱)의 36개 제품을 대상으로 국내외 가격차, 유통채널별 가격, 수입가 대비 소비자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가격비교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호주 일본 등 8개국이다.

YMCA는 한국을 포함한 8개 국가의 백화점에서 공통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에센스 6종, 아이크림 5종, 컴팩트 파운데이션 2종, 립스틱 5종 등 총 18종의 평균 소비자가격(명목환율로 환산)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일본(134) > 호주(105) > 한국(100) > 이탈리아(91) > 독일(89) > 미국(88) > 영국(86) > 프랑스(86) 순으로 높았다.

하지만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환율을 적용해 백화점 소비자가격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가장 비쌌다.

PPP환율은 명목환율에 상대물가 수준(국내물가/해외물가)을 곱해 계산한 것이다. 각국의 물가수준을 고려해 구매력을 동일하게 조정한 환율을 말한다.

PPP환율을 적용한 소비자가격은 한국이 일본의 1.41배, 호주의 2.16배다. 이는 시장의 물가수준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수입화장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8개국의 인터넷쇼핑몰과 4개국의 면세점 판매가격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수입화장품 가격은 한국이 호주의 2.38배, 일본의 2.46배로 나타났다.(PPP환율 적용) 한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4개국 면세점 가격 중 한국이 가장 비쌌다. 한국을 100으로 기준할 때 이탈리아(78) > 프랑스(74) > 영국(57) 순이었다.

또 수입화장품 중 '에스티로더' '키엘' '크리니크' '맥' 등 미국이 원산지인 13개 제품의 경우 국내 백화점 판매가가 미국 백화점보다 평균 1.51배 더 높았다.

크리니크의 '더마 화이트 브라이트C 파우더'는 미국에서 2만4701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5만7000원에 팔렸다. 한국 판매가가 현지 가격보다 2.31배 더 비싼 셈이다.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50㎖,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아이' 15㎖의 가격은 미국 대비 각각 1.65배, 1.63배 수준이다.

YMCA 측은 "미국산 화장품의 국내 가격이 미국 현지보다 평균 1.51배, 최대 2.31배에 달한다" 며 "유통비용이나 수입관세 수준(에센스, 아이크림 6.5%, 컴팩트 파운데이션, 립스틱 5.3%)을 고려해도 유통업체가 가격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가 원산지인 '샤넬' '랑콤' '시슬리' 브랜드의 11개 제품도 국내 백화점 판매가격이 프랑스 백화점 가격보다 평균 1.2배 높았다.

YMCA 측은 이에 대해 "화장품 수입 판매 독점 구조에 따라 원활한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며 "병행수입 비중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가격경쟁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의 화장품 수입액과 수입중량 정보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의 수입 립스틱 판매가격은 수입가격 대비 최대 7.9배에 달한다. 지난 7월 한 달간 국내로 수입된 립스틱의 개당 세전 수입가격은 4034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관세 5.3% 및 부가세 10%를 가산해도 4673원 수준. 하지만 수입 립스틱의 국내 백화점 평균 판매가는 3만6714원에 달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