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K9이 국내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월 1,500대 판매로 가뿐히 시작했지만 지난달은 872대로 추락했다. 신차지만 신차효과가 3개월도 지속되지 못한 셈이다. 지난 8월 1,066대가 판매된 현대차 제네시스에도 뒤지는 기록이다. 이에 따라 기아차 내부에선 'K9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자칫 악성재고로 남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

13일 기아차에 따르면 K9은 지난 5월 1,500대가 판매된 후 6월에는 1,703대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7월 1,400대로 떨어진 후 8월에는 801대로 주저 앉았다. BMW 등을 경쟁으로 지목하며 주목을 끌었지만 결과는 현대차 제네시스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K9의 부진을 두고 일부에선 '가격과 브랜드의 열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력 트림 기준으로 6,000만원대에 달하는 가격이 BMW 5시리즈 등과 비슷한 데다 '기아' 브랜드 가 상대적으로 뒤져 있다는 점도 불리한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9의 가격 을 고려할 때 BMW와 벤츠, 아우디 등 수입 브랜드 선택폭이 넓은 게 사실"이라며 "K9이 제네시스에도 뒤지는 것은 중대형으로 갈수록 '현대' 대비 부족한 '기아'의 브랜드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자인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기아차 특유의 역동이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담겼다는 것. 기아차 관계자는 "K9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분석한 결과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경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디자인 선호도에 따른 구매층이 제한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디자인은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기아차로선 판매 해법 찾기에 골몰한 상태다.

기아차가 바라는 것은 최소 월 1,500대 판매량이다. 이를 위해선 BMW 등 수입차로 이동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수입차 가격 인하 추세에 비춰볼 때 이들의 소매를 붙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K9은 BMW 7시리즈를 겨냥했지만 소비자들에겐 5시리즈 경쟁으로 인식됐다"며 "초반 제품 포지셔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6@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