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회계연도 1분기(4~6월)는 증권회사들에는 ‘악몽’이었다. 증시 침체로 주식 거래가 급감하면서 증권사 3곳 중 1곳이 적자를 냈다. 신생 증권사인 KTB투자증권은 달랐다. 1분기 영업이익 51억원으로 업계 4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260% 증가했다. 2008년 증권업에 진입한 지 만 4년 만에 성장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에서 증권사로 전환한 직후였던 2009년 초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주원 KTB투자증권 사장은 “이제 종합증권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틀리지 않은 자평이다. KTB투자증권은 업계 5위권 수준의 강력한 리서치센터를 갖췄다. 법인영업도 업계 수위권이다. 100여명에 불과했던 직원도 584명으로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0회계연도부터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KTB투자증권의 지향점은 ‘작지만 강한 중소형 증권사’가 아니다. 대형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종합증권사를 표방한다. 2년 전 리테일 사업을 출범시키고, 올들어 경쟁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설 때 영업지점을 늘려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 사장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30년 이상 벤처캐피털을 하면서 축적해 온 투자 DNA로 극복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금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30년 업력 ‘투자 DNA’가 강점

KTB투자증권은 벤처캐피털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1년 한국 최초로 설립된 벤처캐피털인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KTBC)이 모태다. 공기업이었던 한국기술금융이 민영화될 때 권성문 KTB 회장이 인수해 사명을 KTB네트워크로 바꿨다.

KTB네트워크는 1위 벤처캐피털 업체에 만족하지 않고 2008년 증권사 전환을 선언했다. 회사를 KTB투자증권과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로 물적분할하는 방식이었다.

KTB금융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은 KTB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업계 상위권인 KTB자산운용과 KTB네트워크, 사모투자펀드(PEF)인 KTB PE, 신용정보회사인 나라신용정보 등 3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금융그룹을 빼고는 독립 금융그룹 중에서 이 같은 투자 계열사를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주 사장은 “KTB금융그룹은 투자의 발굴과 지원, 관리, 회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증권업이 어려운 시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시너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짜 계열사들은 간접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실적 개선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리서치센터-법인영업 상위권 도약

KTB투자증권 자체 경쟁력도 몰라보게 강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최대 강점은 기관영업이다. KTB투자증권은 법인영업, 파생상품, 채권브로커리지 등에서 업계 상위권으로 자리잡았다고 자평한다. 채권영업은 업계 최상위권이다. 기업어음(CP) 중개를 담당하는 크레디트마케팅팀은 단기간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기관영업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리서치센터가 뒷받침해주고 있어서다. KTB투자증권은 설립 초기부터 각 섹터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영입했다.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53명에 이른다. 전체 직원의 10%가량이 애널리스트인 셈이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식음료)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하는 아시아 지역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기도 했다. 전 섹터를 아우르는 리서치센터가 기관영업을 지원사격하며 회사 수익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업계 실력자들이 모인 자산운용본부도 파생상품 운용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투자은행(IB) 분야와 리테일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IB 분야에서는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구조화 금융 등의 틀을 갖췄다. 리테일 분야는 KTB투자증권이 최근 강력하게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올해 상당수 증권사들이 지점을 통합하거나 폐쇄하는 것과는 달리 KTB투자증권은 지난달 대구지점을 개설하는 등 지점을 10개로 늘렸다. 주 사장은 “올해를 원년으로 리테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고객과의 소통 채널을 늘리기 위해 점진적인 지점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테일 강화를 위해 지난 5월에는 업계 최초로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0.01%로 인하하기도 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 크게 개선해 매매 안정성을 높였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자체 인력을 통해 직접 개발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도 강화하고 있다.

○‘펀(fun)경영’, 마케팅에 접목

KTB투자증권은 뒤늦게 증권업에 진출한 만큼 조직 문화에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다. 3년 동안 직원을 500여명 늘리는 과정에서 경력직원을 대거 채용했기 때문이다.

주 사장이 조직 통합을 위해 주창하고 있는 것이 ‘펀 경영’이다. 투자자들이 KTB투자증권을 통해 즐겁게 투자하려면 내부에서부터 즐거움이 시작돼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사내 인트라넷 명칭도 ‘놀이터’로 정했다. ‘1분 유머’부터 직원들의 소소한 일상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게시돼 있다. 주 사장은 ‘놀이터’에서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일상적인 얘기부터 전문적인 투자 의견까지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브랜드기획팀을 가동해 ‘토요한마당’이란 월례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전 직원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초대형 퍼즐 맞히기, 30㎞ 자전거 타기, 임직원 자선경매 등 이색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소통을 꾀하고 있다. 주 사장은 “‘모여 놀면서 수익을 낸다’는 기업문화를 추구하면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펀 경영’은 마케팅에도 접목되고 있다. 회사 소개 브로셔를 만화로 발간했다. 최근에는 야구장 이벤트를 실시해 고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잠실경기장 3루 측 테이블석 총 107석을 ‘KTB투자증권 존(zone)’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라디오 광고에도 개그우먼 신보라 씨를 내세웠다. ‘용감한 KTB’ 로고송과 함께 개그콘서트 인기코너를 패러디해 투자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친근감 있게 다가서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