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선전할 때면 맞불…安측 기획작품?
“지금 하고 있는 기자회견 같은 것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의 진의라기보다는 주변 참모들의 판단이라고 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의 진선미 대변인은 12일 안 원장이 문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시점마다 이슈를 내놓는 배경에 대해 “안 원장의 진의를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후보와 지지율을 놓고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는 안 원장 측은 지난 7월 이후 공교롭게도 문 후보의 주요 행사일마다 맞불 성격의 다른 일정을 내놓아 언론의 시선을 분산시켜 왔다. 실제로 7월부터 지난 11일 “민주당 후보 확정 이후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긴급 보도자료까지 벌써 세 번째다. 모두 문 후보에게 정치적 의미가 있는 발표나 행사가 있을 때라서 의도된 움직임 아니냐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1일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양자구도에서 오차 범위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앞선 결과가 나온 날이다.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안 원장이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보도 자료를 오후에 배포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지 못했다.

6일에는 문 후보가 정치적 의미가 남다른 광주·전남에서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금태섭 변호사가 새누리당의 안 원장 불출마 종용 의혹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문 캠프 일각에서는 “누군가 치밀하게 기획하지 않고선 이렇게까지 겹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안 원장이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7월19일 전후의 사정도 비슷하다. 19일은 문 후보가 리얼미터의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안 원장을 앞선 것으로 조사된 날이었다. 안 원장이 저서 출간과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출연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20%에 육박했던 문 후보의 지지율은 일거에 반토막이 나며 직격탄을 맞았다.

문 캠프 측이 전날 안 원장의 대선출마 언급 이후 여론 흐름에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안 원장의 행보는 아직까지 문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리얼미터가 11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신뢰도 95%±2.5%p)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야권 단일 후보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는 44.2%의 지지율로 안 원장(34.5%)을 9.7%포인트 차로 앞섰다.

전날보다 양자대결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진 것이다. 다자 구도에서도 안 원장(21.9%)과 문 후보(19.0%)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문 후보가 11연승을 통해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다고 판단한 민주당 적극적 지지층의 결집 효과로 지지가 이전보다 한층 견고해졌다”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