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2일 오전 11시33분

금융회사와 공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데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따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덕분이다. 저리(低利) 자금 조달은 외화채무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외화대출을 받아쓰는 기업들의 비용절감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사상 최저금리 잇따라 경신

한국수력원자력은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글로벌 본드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10년물 발행금리가 설립 이후 최저로 결정됐다고 12일 밝혔다. 7억5000만달러를 미 국채 10년물보다 1.5%포인트 높은 연 3.18% 금리로 빌려 쓸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5일 7억5000만달러짜리 채권 발행금리를 연 3.14%(미 국채+1.55%포인트)로 확정했다. 10년짜리 한국물 사상 발행금리로 가장 낮다.

농협은행이 출범 후 처음 발행하는 달러채 5년물 가산금리도 10일 희망 수준(1.80%포인트)보다 낮은 1.65%포인트로 결정됐다. 지난달 단 2건 발행에 그쳤던 ‘귀한’ 한국물에 투자하겠다는 외국인들의 관심이 쏠린 덕분이다. 발행금리는 연 2.30%로 결정돼 5년물 기준 한국물 최저 발행금리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최대 해외채권 발행사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국은 재정위기로 고전하는 유럽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신용등급이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달러화 차입을 확대하고 기업들도 경쟁력 있는 금리로 외화를 빌려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 국가신용등급을 ‘Aa3’와 ‘AA-’로 한 단계씩 상향했다.

○만기 길어지고 통화도 다양화

한국물의 만기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덕분에 오랜 기간 한국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해온 단기외채 부담 이슈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팀 부장은 “과거 한국물은 만기 5년짜리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10년짜리로 만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외화채무가 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달 통화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12일 국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6억위안 규모 공모 딤섬본드 발행계획을 확정했다. 딤섬본드란 홍콩 채권시장에서 발행하는 외국계 기업의 위안화표시 채권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외화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어서 앞으로 1~2주 동안 세계 시장에서 한국물 발행이 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물에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는 최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움직임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달러채권 부도 시 원금을 되돌려받기 위해 내는 보험료를 뜻하는 CDS 프리미엄은 전날 0.79%포인트를 나타냈다. 올 6월 최고 1.52%포인트에서 3개월째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태호/김은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