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부족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국내 전자책 시장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도서 시장의 무게중심이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넘어갔지만, 국내에선 아직까지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 등 5인치대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7인치대의 가벼운 태블릿PC도 잇따라 나오자 전자기기로 책을 읽으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자책 시장 규모는 325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2891억원)보다 약 12.5% 늘어난 수치다. 2013년에는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책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기기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간 3~4인치대의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이나 600~700g이 넘는 무거운 태블릿PC로는 전자책을 소비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5인치대 대화면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무게가 가벼운 7인치대 태블릿PC도 나오면서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었다.

지난 10일에는 예스24와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6개 서점이 협력해 만든 전자책 전용 단말기 ‘크레마 터치’가 출시되기도 했다. ‘한국판 킨들’로 불리는 이 제품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e잉크 디스플레이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탑재했고 클라우드 기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단말기를 출시한 해당 업체 콘텐츠만 볼 수 있었던 기존 단말기와 달리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이 보유한 전자책을 모두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예약 판매로만 4000대 이상이 팔렸다.

콘텐츠 수급자가 많아진 것도 전자책 시장 성장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5일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신설한 ‘도서’ 카테고리에서 전자책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간, 고전, 베스트셀러뿐 아니라 웅진출판, 시공사, 21세기북스와 도서 애플리케이션(앱) 리디북스에 소속돼 있는 수백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도서를 내려받을 수 있다. 구글플레이에서 구매한 전자책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태블릿PC와 개인용 컴퓨터에서 볼 수 있으며, 조만간 iOS용 구글플레이 북 앱을 이용해 아이폰·아이패드에서도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NHN도 지난 4월 교보문고와 한국출판콘텐츠, 예스24, 민음사, 바로북 등과 계약을 맺고 전자책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밖에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신세계 I&C도 지난 7월 전자책 유통 브랜드 ‘오도독’ 서비스를 공개하며 전자책 콘텐츠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다른 독자와 실시간으로 독서 이력을 공유하고 정보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