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이제 당 지도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며 이해찬 대표 측이 최근 제시한 ‘쇄신과 탕평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당 지도부가 말로만 단결하라고 하면 단결이 되느냐”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최근 지역순회 경선에서 10연승을 거두며 ‘대세론’을 확인한 문재인 후보가 이번 주말 열리는 마지막 수도권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되더라도 당 분열에 따른 후유증을 가라앉히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손 후보는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경선 방식에 대해 유감이 많지만 이제 여기까지 와서 믿을 것은 당원과 국민”이라며 “(나에게 투표해서) 정의가 이긴다는 사실을 증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경선 룰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이것이 룰이다, 이미 만들어진 것 아니냐, 이 안에서 단결하라’고 하면 단결이 되겠느냐”며 “우리는 ‘유신시대’ ‘총화 단결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아울러 이 대표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이 분골쇄신해 정권 교체를 하려면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탕평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패거리 정치, 담합 정치로 국민에게 외면받고 민주당 경선을 2부 리그로 만들어 놓은 이 사람들 입에서 어떻게 쇄신 얘기가 나오느냐”며 “쇄신하면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해찬 용도폐기’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의총에서 위기 의식을 공유하며 당 지도부의 자성과 책임 있는 모습을 주문했다. 조경태 의원은 “의원을 ‘졸’로 보는 정당이 민주정당이냐”며 “지도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웅래 의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문 후보 뒤에 지도부가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극복하지 않고는 당의 대선 승리는 멀어질 것이라는 자성론도 쏟아졌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