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봤을 땐 폭스바겐 골프 6세대와 다른 점이 없었다.

그런데 전면에 부착된 폭스바겐 엠블럼을 살짝 누르니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엠블럼이 열렸다. 엠블럼 속에 숨어있던 것은 콘센트. 폭스바겐의 전기차 ‘블루-e-모션’이다. 콘센트는 블루-e-모션에 동력을 전달하는 '보물장소'인 셈이다.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아 배기구도 없다.

지난 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콘센트를 꽂고 있는 블루-e-모션를 만났다. 완전히 충전될 때까진 3, 4시간이 걸린다. 대략 2시간 전 충전을 시작했다는 블루-e-모션에 올랐다.

센터페시아 LCD모니터에는 에너지 잔량과 현재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나타났다. 표시된 에너지 잔량은 82%,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10km였다. 배터리는 리튬 이온 타입으로 한 번 충전으로 약 150km를 달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전기차 살림은 "운전자 하기 나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영종도까지 약 60km 구간을 왕복해 달렸다.

돌아왔을 때 모니터에 표시된 에너지 잔량은 32%. 처음에 표시된 주행 가능거리 110km도 약 10km 초과한 상태였다.

이날 블루-e-모션에는 성인 3명이 탑승한 데다가 에어컨도 22℃ 가량으로 맞춰 놓고 달렸다. 일반 차량이라면 '기름을 잡아먹는 주범'을 모아 놓은 셈이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재생 에너지 시스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블루-e-모션의 변속 조절 레버에는 파킹(P)·중립(N)·드라이브(D) 외에 하나가 더 있다. B라고 표시된 '패들시프트'다. 브레이크 시스템 역할을 한다. 내리막길 등을 주행할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대신 기어를 'B'로 옮기면 차가 뒤로 당겨지는 기분이 들며 속도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동시에 자동차는 '에너지 재생'을 시작했다. 전기모터의 활동을 억제해 속도를 줄이면서 그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로 저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의 배터리는 달리는 중에도 틈틈이 충전을 한다. 결국 운전자가 얼마나 적절하게 패들시프트를 활용했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살림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블루-e-모션의 소리는 '고로로롱'으로 대표된다. 시동을 걸자 애니메이션 속 자동차에서 들릴 법한 고로로롱 소리가 나더니 시속 40km까지 계속됐다. 가상으로 만든 엔진음이다. '지나치게' 조용한 전기차의 특성상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넣은 소리다. 타이어의 마찰음이 작게 들리는 시속 0~40km까지 소리를 낸다.

가속 페달을 밟자 시원하게 도로를 치고 나갔다. 기대 이상의 운동 실력을 뽐냈다. 블루-e-모션의 토크 최대 성능은 27.6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1.8초, 제한 최고속도는 시속 135km다. 서울 및 도심에서 출퇴근용으로 전기차를 이용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박동훈 대표 "블루-e-모션 독일에서 타봤더니…"

이날 시승 행사에는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대표가 깜짝 등장했다. 출장차 독일을 들렀다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행사장으로 오는 길이었다.

박 대표에게 "블루-e-모션을 타봤냐"고 물으니 "독일에서 여러 브랜드의 전기차와 함께 비교 시승해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르노-닛산의 전기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을 만큼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누가 믿어주겠느냐. 하지만 정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폭스바겐은 내년 유럽에 이 차를 판매하고 2014년 한국에도 들여온다. 주행 성능은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과 배터리 효율이다. 가격은 현재 미정.

배터리는 내년 7세대 골프를 통해 상용화할 전기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때 얼마나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 세 개 '하이라이트' 중 두 개가 미정이기 때문에 현재 점수는 100점 만점에 33점이다.

송도(인천)=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