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 보면 369 위기, 즉 3년 6년 9년차에 위기가 찾아온다고 하는데 올해가 3년차다.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셋째를 낳았다. 맞벌이라 육아가 보통 일이 아니다. 회사에 어린이집을 설치해줄 수는 없을까.”

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사진)가 매달 두 차례 직원들과 갖는 아침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방 대표는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여는 이 조찬 모임을 ‘굿모닝 CEO’라고 이름 붙였다. 방 대표는 직원들에게 ‘사장’이 아니라 직장과 인생의 ‘선배’로 다가간다. 수백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이름만 ‘대화’인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직원 15명 정도와 마주 앉는 진짜 ‘소통’의 자리라는 게 직원들의 반응이다.

‘굿모닝 CEO’는 지난 1월 취임한 방 대표가 직접 낸 아이디어다. 3월부터 팀별로 사원급, 대리급, 과장급 직원들을 차례로 만나고 있다. 덕분에 방 대표의 달력엔 조찬 모임 일정만 12월까지 빼곡히 차 있다.

호텔에서 CEO와 근사한 아침을 먹으며 스스럼없이 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직원들로서는 특별한 경험. 정해진 주제나 순서 없이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즐거운 회사 생활을 위한 다양한 제안도 한다.

좋은 제안을 바로 실천에 옮긴 덕분에 ‘굿모닝 CEO’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이미 사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금요일 회식이 부담스럽다는 직원 의견에 ‘금요일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고 사내에 최첨단 수유실 ‘도담마루’도 생겼다. 임신 중인 직원에게는 사원증 목걸이를 분홍색으로 따로 만들어 회사 전체 직원들이 배려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다. 임산부의 야근이나 장거리 출장 금지, 회식 참석을 강요하지 않고 스트레스 주지 않기, 엘리베이터·화장실·식당에서 자리 양보하기 등 임산부 배려 행동 지침도 마련했다.

사내 온라인 소통도 강화했다. 아이디어를 내거나 다양한 사내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익명게시판이 생겼고 내부정보 공유시스템을 통해 임원회의 자료를 직원들도 볼 수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대화와 소통의 기업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