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홍콩으로 출국했다. 이 사장이 진두 지휘하고 있는 호텔신라의 글로벌 경영 성과를 직접 확인하고 힘을 보태주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 사장과 함께 김포공항을 통해 전용기편으로 출국했다.

공항에는 최지성 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이 이 회장 일행을 배웅했다. 이재용 사장은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목적지가 홍콩인 것은 맞지만 정확한 일정은 알 수 없다" 며 "홍콩이 금융계열사를 제외하고는 그룹 내 중요한 해외 거점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가기 전 들르는 곳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 회장이 이번 출국에 이 사장을 대동함에 따라 호텔신라의 아시아 시장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라 보고 있다.

호텔신라는 최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면세점 매장 운영권 2개를 따내면서 처음으로 해외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앞서 홍콩 첵랍콕, 미국 로스앤젤레스(LA)공항 면세사업자 입찰에 진출했지만 실패하고, 실제 운영권을 획득한 것은 창이공항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는 면세점 입찰에 실패한 이유와 다른 업체의 성공사례 등을 분석하고 싱가포르에서는 경영 성과를 확인하는 일정이 될 듯 하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런던올림픽 참관 차 출국할 때도 이 사장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나갔다. 중요한 해외 출장이 있을 때나 일주일에 두 번 정기 출근하는 서초사옥에서 특별한 오찬 모임이 있을 때도 이 사장을 참석시키는 등 각별히 챙겨왔다.

다만 이 사장이 맡고 있는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동행 출국한 것은 처음이라 이를 계기로 호텔신라의 해외사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매출 1조7643억 원, 영업이익 96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중 면세점 매출이 1조5000억 원을 넘어 급성장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의 이번 출국은 삼성전자가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건립 예정인 낸드플래시 공장 기공식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12일 시안에서 개최되는 기공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 이라며 "행사에는 권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사장단만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