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로 꼭 100일 남은 18대 대통령 선거(12월19일)가 최악의 ‘깜깜이 선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범 야권의 대선 후보가 아직 안갯속이어서 이번 대선이 양강 구도로 치러질지, 아니면 3강 구도가 만들어질지조차 여전히 알 수 없다. 후보가 정해지지 않으니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경쟁을 벌일 수 없다. 리더십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인물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른바 3무(無) 선거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대선이라는 게 항상 그랬지만 이번 대선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소모적인 정쟁이 극심하다”며 “대선 구도와 정책 논쟁, 인물 검증이 없는 3무 대선이 치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전을 깜깜이 대선으로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안철수 변수’다.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5개월째 잠행을 계속하면서 대선판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경우 자체 후보 선출보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 여부가 더 큰 관심사다. 안 원장 출마 임박설이 나올 때마다 여론은 출렁거린다.

정책 경쟁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상대 진영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선거전만 난무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내건 안 원장 측조차 구태 정치에서나 볼 수 있는 폭로전에 가세하면서 네거티브전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구도와 정책, 검증이 사라진 3무 대선이 후보 등록(11월25~26일)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꼬일 경우 대선에 임박해서까지도 깜깜이 선거가 치러질 공산이 크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