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벌레!”

지난 8일 오후 국내 처음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련된 축제 ‘T24 페스티벌’이 열린 서울 양천구 신원초등학교. 이 행사의 발단이 된 글을 남긴 이광낙 씨(29)의 인터넷 게시판 아이디를 외치며 응원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행사장에는 20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고 인터넷 실시간 중계 시청자도 10만명이 넘었다. 네티즌들이 만든 오프라인 행사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T24 페스티벌은 지난달 30일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 ‘SLR클럽’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 한 줄에서 비롯됐다. ‘24인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나?’라는 게시글에 이광낙 씨(아이디 ‘Lv7.벌레’)가 ‘되는데요’라는 댓글을 남긴 것.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결국 대규모 행사까지 열리게 됐다.

▶본지 9월4일자 A2면 참조

인터넷 상에서 만난 4명의 네티즌이 행사 운영위원회를 꾸렸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행사에 필요한 상당수 물품도 네티즌들이 제공했다. 전기 발전기, 방송 장비 등을 비롯해 관람객을 위한 경품 수건, 양말, 식당 식사권 등 100개 넘는 협찬 물건이 들어왔다. 의료 사고에 대비해 진료 공간을 마련한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SLR클럽의 오랜 회원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가수 렉시는 노개런티로 축하 공연에 나섰고 고등학생 댄싱팀, 성악을 전공한 네티즌 등도 행사의 흥을 돋웠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이날 행사장에는 오전 11시부터 관람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3시부터는 관람객이 더 이상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운동장이 꽉 찼다. 온라인에서도 T24 페스티벌은 화제였다. 유스트림,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생중계 채널의 누적 접속 건수는 100만건이 넘었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도 T24 페스티벌 관련 글이 쏟아졌다. 행사는 이씨가 85분 만에 텐트를 다 세우고 4시30분께 끝났다.

이번 행사에 협찬한 기업들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5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을 제공한 하모니크루즈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었다. 텐트를 제공한 게임업체 에스지인터넷, 음료수를 제공한 일화, 갤럭시S3를 경품으로 내놓은 KT, 쓰레기 처리를 맡은 GS 등도 홍보 효과를 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