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을 태우고 베이징 시내를 달리던 자동차가 돌연 사고를 당했다. 배후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측근과 지지세력일 가능성이 높다.”(보쉰)

중국 정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뉴스사이트 보쉰(博迅)은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 시 부주석이 5일부터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이유로 정적의 암살시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쉰은 허궈창(賀國强)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도 시 부주석과 함께 사고를 당해 베이징 301군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감찰기구 총수인 허궈창은 보시라이 연행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시진핑 사라지자 보시라이 심장병

시작은 시진핑이 지난 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취소하면서부터다. 시진핑은 6일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및 러시아 의회 고위 관계자와의 접견을 취소한 데 이어 10일 예정된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와의 면담에도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외빈과의 면담을 취소한 것은 1970년대 초 지병인 방광염으로 투병하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이후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시진핑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직후부터 보시라이 측 인사들도 곤경에 빠지고 있다. 시진핑이 클린턴 장관과의 면담을 취소한 지난 5일 보시라이의 측근이던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공식 재판에 회부됐다. 사건 발생 7개월 만이다.

이어 홍콩 월간지 밍진(明鏡) 최근호는 “당 기율검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던 보시라이가 지난 8일 심장발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사고에 대한 책임추궁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는 추측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태자당과 공청단의 줄다리기

보시라이 측에서 사건을 저질렀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의혹은 남는다. 보시라이는 원래 속해 있던 태자당은 물론 중국 공산당 전체가 등을 돌려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아무리 충성심이 높은 측근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사망한 보시라이를 위해 일을 도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의혹의 화살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그가 속한 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으로 향한다. 차기권력 구도로 ‘시진핑 주석-리커창(李克强) 총리’ 체제가 정해져 있는 가운데 태자당과 공청단은 내달 열릴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최고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후진타오는 같은 공청단 출신의 측근 리커창 국무원 부총리에게 국가 주석자리를 넘겨주고 싶었지만 시진핑의 대두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태자당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속한 상하이방의 견제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권력 서열 1위 시진핑의 신병에 이상이 생기면 서열 2위로 총리 자리에 내정돼 있던 리커창이 국가 주석에 오를 수도 있다.

■ 보쉰(博迅)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뉴스사이트(boxyn.com). 2000년 문을 열었으며 해외 거주 중국인 유학생, 학자, 작가들이 기자로 활동한다. 중국 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중국 내 정치세력 간 갈등과 소요사태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지난 2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해임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 영화배우 장쯔이와 보시라이가 깊은 관계였다고 보도했다가 장쯔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