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학교 청소부로 일하는 전직 그리스 제약 영업사원의 얘기(블룸버그 보도)는 충격적이다. 경제위기 끝에 결국 유럽에 청소부나 건설노동자 등 일용직 인력을 수출하는 국가로 전락하는 그리스다. 경제는 1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들었다. 실업률은 24%에 이르고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무려 54.9%에 달한다. 지난 4년간 67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025년까지 2008년 일자리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만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인들의 이민 행렬이 끊이질 않는 것은 자연스럽다. 독일에서는 그리스인 유입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었다고 한다. 스웨덴도 두 배가 늘었다. 재능 있는 사업가나 의사, 엔지니어들은 일찌감치 그리스를 떠났다. 의사들은 북유럽으로, 엔지니어들은 아부다비로 옮긴다고 한다. 그나마 남아 있는 회사원들이나 대학생들도 그리스를 떠나고 있다.

대학생들 중 졸업 후 그리스에 머무는 게 조국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4%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이들은 독일과 북유럽 등에서 청소부나 파출부 일용직근로자 등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 대학들도 붕괴 과정을 걷기는 마찬가지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노약층과 두뇌가 없는 정치인들뿐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그리스인들의 엑소더스가 쉽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그럭저럭 잘나가던 국가도 유로화에 기댄 흥청망청 10여년으로 이렇게 쇠퇴하는 중이다.

그리스 정치인들은 최근 단행한 임금과 연금의 삭감이 마지막 삭감이 될 것이라고 국민들을 달래지만 믿는 사람도 없다. 문제는 프랑스도 이런 전철을 밟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다. 올랑드 정권이 부자증세를 구체화하면서 프랑스 최고갑부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 벨기에 귀화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 다음은 필시 지식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프랑스를 떠날 것이다. 이렇게 남유럽이 변해가고 있다. 포퓰리즘은 나라를 망하게 하고 나라가 망하면 국민들은 고향을 떠나 유랑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