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회장이 벨기에 귀화를 신청했다. 경제위기로 불거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집권에 성공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부자 증세 방침에 반발해서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의 서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스웨덴 등으로 떠나고 있다. 재정위기가 부자부터 서민들까지 유럽의 인구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부자 세금 피해 벨기에로

벨기에 일간지 라리브르벨지크는 아르노 회장이 지난주 벨기에 귀화위원회에 귀화를 신청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자산 410억달러(약 46조원)를 보유한 프랑스 최고 부자다. 세계 부자 서열에서도 4위에 이름을 올린 거부다.

프랑스 언론들은 올랑드 정부가 추진 중인 부자 증세 방침에 반발해 조세회피 지역으로 분류되는 벨기에 귀화를 신청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세금 회피 논란이 일자 아르노 회장은 “귀화 신청은 프랑스와 벨기에 이중국적을 갖기 위한 것”이라며 “프랑스 납세 대상 국민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금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이 당장 프랑스 정부의 과세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벨기에 법상 최소 3년간 벨기에에 거주한 외국인에게만 귀화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에 살고 있다.

아르노 회장의 귀화 신청은 실질적인 세금 회피 목적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앞서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총리를 만나 “부자 증세로 해외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기업가 정신이 훼손될 것”이라고 재계의 우려와 경고를 전달했다. 이 같은 경고에도 올랑드 정부가 증세안을 밀어붙이자 벨기에 귀화 신청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르노 회장뿐 아니다. 프랑스 재계는 물론 대부분의 부자들이 증세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스위스 영국 싱가포르 등지로 이민을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전했다.

올랑드 정부가 이달 입법 예정인 증세안은 연간 100만유로(약 14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부유층에 75%의 소득세율(현행 41%)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부유층 증세를 통해 올해 4.5%로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까지 유럽연합(EU) 권고 기준인 3% 이내로 낮추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올랑드 정부의 구상이다.

◆그리스 서민 일자리 찾아 스웨덴으로

그리스에선 서민들이 스웨덴 등으로 이민을 떠나고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스웨덴 거주권을 신청한 그리스인이 1093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제약회사 영업부서에서 17년간 근무했던 틸레마쿠스 카라칼리오스(40)는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자 스웨덴 학교의 청소부로 취직했다. 그는 “고국인 그리스에서 살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며 “살기 위해 스웨덴에 왔다”고 말했다.

자녀를 위해 이민을 결심하는 그리스인들도 많다. 우라니아 미토폴로스(48)는 “그리스엔 미래가 없다”며 “아이들을 위해 스웨덴에 왔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그리스 실업률은 24%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고치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실업자 수는 122만명에 달했다. 2008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